백중사리와 겹친 태풍 마이삭…폭풍해일도 걱정된다

입력
2020.09.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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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태풍 '바비'보다 강력한 9호 '마이삭'
1년 중 바닷물 수위 가장 높은 백중에 근접
2일부터 강한 비바람…3일 새벽 부산 인근 상륙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부산 인근에 상륙하며 2, 3일 전국에 강한 비바람을 뿌릴 전망이다. 마이삭은 바로 직전 태풍인 '바비'와 달리 내륙에 붙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지금이 1년 중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은 시기라 폭풍해일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마이삭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발생,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지 여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상청은 1일 "현재(오후 3시) 일본 오키나와 서쪽 약 220㎞ 부근 해상에 위치한 태풍 마이삭이 밤 사이 30도를 넘는 고온 해수역을 지나며 하루 만에 중심기압이 15hPa 낮아진 935hPa의 '매우 강' 강도로 발달해 북상 중"이라고 밝혔다. 태풍은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10분 평균)에 따라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분류하며,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소용돌이가 거센 강력한 태풍이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마이삭은 일본 오키나와 북서쪽 약 260㎞ 부근 해상에 위치했다. 태풍의 강도는 '매우 강'이다. 이동속도는 시속 12km로, 북북동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태풍의 중심기압은 935hPa로, 중심부근 최대풍속은 시속 176㎞, 강풍반경 380㎞, 폭풍반경 140㎞ 수준이다.

기상청은 태풍 마이삭이 3일 새벽 전후 경남 남해안에 상륙, 동해상을 타고 올라오다 이날 북한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은 2일 오후 3시 서귀포 남남동쪽 약 200㎞ 인근 해역까지 접근해 전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새벽 부산 북쪽 약 20㎞ 육상에 상륙한 태풍은 오전 9시 강릉 동쪽 약 60㎞ 부근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과 태풍의 실제 경로는 달라질 수 있으나 "태풍의 강도가 커 우리나라 영향 정도는 차이가 거의 없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으로 3일까지 전국에 강풍과 최대 400㎜ 이상의 집중호우를 예고했다. 특히 마이삭은 상륙 전후 중심 풍속이 초속 40m 안팎이고 태풍의 중심이 내륙을 지나면서 바비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이삭이 지나가는 시기가 1년 중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은 '백중사리(대조기)'와 겹치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마이삭과 유사한 경로로 지나갔던 2003년 태풍 '매미'처럼 해안가 지역에 폭풍해일이 발생하면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마이삭이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속 40m의 강풍에는 사람이 서 있기 힘들고 가건물과 구조물의 지붕이 날아갈 수 있다"며 "특히 대조기와 맞물리면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해안가 인근 저지대에 침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삭 북상에 따라 1일 오후 대책회의를 개최한 정부는 이날 오후 6시부로 풍수해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를 가동했다. 또 산림청은 태풍에 따른 산사태 위기 경보를 이날 오후 7시부터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제주는 ‘경계’ 단계다.

지난달 26일 오후 5시쯤 '매우 강'한 강도로 가거도에 가장 근접했던 태풍 바비의 당시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66.1m에 달했다. 초속 54m 이상의 바람 아래에서는 건물도 붕괴될 수 있다. 가거도는 당시 태풍 영향으로 정전이 되면서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작동이 멈췄다.

마이삭 이후 곧바로 또 다른 태풍이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후 9시께 괌 북쪽 약 780㎞ 부근 해상에서 10호 태풍 '하이선'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하이선'의 예상 진로를 관찰하며 우리나라 영향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태풍의 이동속도는 시속 20㎞, 진행방향은 남남서쪽이다. 중심기압은 1000hPa이고 중심부근 최대풍속은 시속 61㎞, 강풍반경 200㎞이다. 태풍은 3일 오전 9시께 괌 북북서쪽 약 1070㎞ 부근 해상을 지나, 4일 오후 9시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약 870㎞ 부근 해상에 접근할 전망이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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