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지 이틀 만에 찢긴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는 철거 당일인 31일에도 신원 미상의 남성에 의해 훼손될 위기에 놓이는 등 끝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각종 스티커와 메모, 꽃다발 등 지지와 연대의 손길이 그 자리를 대신 채우면서 광고 게시 기한을 무사히 채울 수 있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아이다호 공동행동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지개행동을 비롯한 성소수자연대체인 아이다호 공동행동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성소수자의 사진 한 장 한 장을 모아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만든 광고를 게시했다.
이 광고판은 게시 기간 동안 5회 훼손되는 등 험난한 여정을 겪어야 했다. 무지개행동 측에 따르면 현재까지 2명의 용의자가 경찰에 검거됐으며, 그 중 1명은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심지어 게시 마지막 날까지 위협은 이어졌다. 무지개행동 측은 광고 철거를 앞두고 3박4일 간 행동가들과 함께 해당 광고판을 돌아가면서 지켰다. 이 과정에서 이날 새벽 5시쯤 한 남성이 찾아와 "아직도 이러고 있냐"며 광고에 붙은 메모를 떼어내면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무지개행동은 마무리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속적인 광고 훼손 시도를 두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속에 있습니다' 이 당연한 한 문장을 받아들이지 못해 광고를 훼손하는 증오범죄가 일어났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그 훼손을 비웃듯 이 광고는 새로 태어나기를 반복했다"며 "각종 스티커와 피켓, 꽃, 지금 이 광고에 새롭게 덧대어진 얼굴들까지 모두 당신의 일상 속에 있는 성소수자들의 말걸기"라며 "광고를 훼손해도 훼손될 수 없는 존재들의 존엄"이라고 했다. 아울러 "성소수자가 공적 공간에 모습을 보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반대하고 강제적으로 지우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입증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게시 기한이 끝난 광고판에는 '우리는 여기있다' '연대는 혐오보다 강하다' 등 지지의 의사를 담은 스티커들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또 말 없이 광고판 앞에 함께 서 있거나 음료수와 과자를 건네며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무지개행동은 이에 "우리의 연대가 서로를 지켰고, 지키고 있으며, 끝끝내 지켜낼 것"이라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위협과 증오가 아니라 안전과 평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