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인사 메시지는 ‘여성과 청년’이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24세 여성’인 박성민 전 청년대변인을 파격 발탁했고,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한정애(서울 강서병) 의원을 임명했다. 이들을 전진 배치해 민주당이 취약한 청년ㆍ젠더 이슈 대응 능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가 공언한 “유능ㆍ기민ㆍ겸손한 정당”으로 쇄신하는 동시에 당 외연 확대까지 꾀하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31일 당 사무총장에 3선의 박광온(경기 수원정)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한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재선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박 청년대변인과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을, 대변인에는 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강선우(서울 강서갑)·신영대(전북 군산)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대표적 친문재인(친문)계로 최고위원ㆍ언론인 출신으로서 안정감이 강점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이끈 당내 대표적 정책통이다. 여성인데다, 해운대여고ㆍ부산대 등에서 공부해 ‘영남 안배’ 인사 의미도 담겼다. 최 수석대변인은 부산 친문이자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했다.
이날 인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여성 전진 배치’다. 특히 박 청년대변인의 최고위원 지명은 이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내내 강조한 ‘기민한 정당’으로의 변모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평가다.
박 청년대변인은 1996년 생으로 고려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2018년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 민주당 지역위원회(경기 용인정) 대학생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돼, 지난해 9월부터 당 청년대변인 활동을 시작했다. 침착한 현안 파악과 논평으로 당에서 두루 좋은 평판을 쌓은데다, 각종 대소사를 함께 치러 당무에도 비교적 밝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청년대변인은 24세로 청년을 대표할뿐더러 역량을 높이 판단 받은 인재”라며 “특히 여성으로서 젠더 문제에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함께 선출된 양향자(광주 서구을) 최고위원도 지도부 내 여성 몫의 목소리를 키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전임인 이해찬 체제와 비교해 이낙연 체제에서 확실히 여성ㆍ청년의 발언권이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도 이런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당직 인선의 전반적 취지를 묻는 질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청년과 여성이 당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예전 인선에 비해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또 한 정책위의장 인사를 콕 짚어 “민생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전문성이 있고 세밀히 아는 분을 기왕이면 여성으로 모셨다”며 “후속 인사를 해갈 때도 그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종일 위기를 돌파할 ‘속도와 효과’를 강조했다. 이날 첫 외부 공식 행보에 나선 이 대표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자택을 나서며 “야전병원에 머물다 전장에 나선 심정”이라며 “격리의 짐은 벗었지만 국난의 짐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 곧바로 국립 서울현충원으로 향해서는 새 지도부와 함께 현충탑 참배를 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영령들이여, 국민의 고통을 굽어살피소서! 국난극복을 도와주소서!”라고 적었다. 방역 지침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이뤄지지 못했다.
위기론은 국회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위기라는 말로 부족할 정도로 절박하다”며 “속도와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민생 지원, 미래 준비, 통합 정치, 혁신가속화 등 국민의 5대 명령을 이행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결과를 내고 일상적인 태도에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선 ‘선별 지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기는 가능한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재난을 겪고, 고통을 당하고 계신 분들께 긴급하게 지원해드린다는 원래 이름에 충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당정청은 이번 주 내 관련 회의를 열고 구체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