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사상 최대 '패닉셀'... 그걸 받아낸 '동학개미'

입력
2020.08.31 17:50
외국인 31일 코스피서 1조6,300억원 순매도
개인이 1조5,700억 받아내며 코스피 1%대 하락 그쳐
코로나발 소비위축 우려에 공매도 금지연장 악재 영향

외국인이 31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6,000억원대의 사상 최대 순매도를 기록하며 한국 증시를 빠져나갔다. 코로나19 재확산 충격과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 등을 악재로 여겨 지난 3월 코로나19 폭락장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수준의 '패닉셀'을 연출한 것이다.

반면 국내 '동학개미'들은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대부분 받아 내며 코스피 하락을 1%대로 방어했다.

사상최대 순매도 vs 역대급 순매수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63포인트(1.17%) 하락한 2,326.17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만 무려 1조6,300억원 규모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관련 수치를 집계한 1999년 이후 사상 최대 순매도액이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가 1,400선까지 주저 앉았던 지난 3월 폭락장 때(3월 9일 1조3,100억원)보다 약 3,000억원이나 많았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역대급 순매수 행렬로 맞서며 코스피 하락률을 1%대로 방어했다. 이날 하루 개인의 순매수 규모(1조5,700억원)는 지난 5월 4일(1조7,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전체 순매도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5,400억원을 던졌다. 이밖에 네이버(1,458억원), LG화학(1,157억원), SK하이닉스(1,023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들도 대거 순매도 대상이 됐다. 반면 개인은 삼성전자(5,532억원), 네이버(1,412억원), SK하이닉스(1,253억원), LG화학(1,020억원) 순서로 쓸어담으며 외국인과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코로나 재확산 충격, 외인 이탈 부추겨

이날 외국인 이탈의 1차 요인은 역시 코로나19였다. 7월 국내 소비(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6.0% 급감했다는 통계가 외국인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향후 8월 실물경기 지표 역시 더 안좋을 거란 예상에 경기회복 기대감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한 점 역시 외국인 이탈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주식투자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공매도를 활용하는데 이 전략이 향후 6개월간 더 불가능해짐에 따라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다른 분석도 나왔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 재조정(리밸런싱) 당일 외인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액 중 1조4,500억원 가량은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나왔는데 MSCI 지수 리밸런싱 수급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3.5원 오른 달러당 1,187.8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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