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을 연장할 때 집주인이 은행의 연락을 회피해 세입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본보 보도(26일자 5면) 이후 시중은행들이 집주인과 직접 연락이 안돼도 전세대출이 연장될 수 있도록 관련 업무 매뉴얼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각 지점에 ‘전세자금대출 기한연장시 매뉴얼 변경 안내문’을 내려 보냈다. 매뉴얼이 변경됨에 따라, 전세대출 연장 관련 연락을 집주인이 회피하더라도 전세대출 기한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변경된 매뉴얼은 이날부터 적용돼 시행된다.
특히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이 들어가는 전세대출 상품의 경우에는 개정된 확인방법이 적용된다. 집주인과 연락이 안 될 경우, 주금공은 △임대차 연장 사실 확약서 를 작성하고, 대출 연장일로부터 1개월 내 전입유지 확인 △세입자의 배우자(또는 연대보증인)의 보증 등으로 전세계약이 연장됐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또한 전세기간이 연장된 계약서가 있는 경우엔 부동산중개인을 통해 확인해 대출을 연장할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들어간 대출 상품은 집주인과 직접 통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전세대출 연장이 가능하고, 서울보증보험(SIG)이 보증하는 대출 상품은 집주인과 지속적으로 연락이 안 되면 SIG가 각 대출 건을 개별 심사해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자, 일부 집주인들이 이를 막기 위해 전세대출 연장에 훼방을 놓는 경우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은행 또는 보증기관의 전세계약 연장 확인 연락을 회피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까지 집주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은행에서 전세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국토교통부, 은행연합회, 보증기관 등과 함께 “전세대출 연장에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방침을 은행들에게 전달했다”며 “은행들도 이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집주인의 전세계약 확인 거부로 세입자가 전세대출 연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이날 매뉴얼 변경은 당국의 이런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매뉴얼 변경을 각 지점에 공지하면서 “영업점 담당자는 이번 전세대출 연장 매뉴얼 개정사항을 반드시 숙지해 해주길 바란다”며 “또한 계약연장 확인 행위는 집주인에게 대출연장을 동의하는 절차가 아닌 점을 유의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