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5단계 첫 근무일... 한산해진 대중교통ㆍ직장가

입력
2020.08.3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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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직장인들 재택근무 늘리고 식사는 배달
붐비던 회사 근처 식당ㆍ카페도 손님 줄어 걱정

"제가 저희 팀 대표로 김밥 사러 나왔어요. 이 시기에 어떻게 단체로 밖에서 밥을 먹겠어요?"

31일 점심 시간 시작 직전인 오전 11시30분쯤, 서울 마포구 한 분식집에서 포장된 김밥 여섯 줄을 챙긴 직장인 한모(39)씨는 "당분간 팀원끼리 모여서 먹는 점심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정상 재택근무를 할 수는 없지만, 회사로 오는 대신 팀 단위 외식이라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팀단위 식사 대신 포장 김밥으로 점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한 이후 첫 번째 출근일인 이날, 오피스 빌딩이 모인 서울 시내 거리는 행인들이 감소하면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 여건상 원격근무가 가능한 곳은 재택근무 인원을 늘리고, 어쩔 수 없이 출근을 시켜야 하는 회사들은 점심 식사를 배달이나 포장 음식으로 대체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회사가 늘면서 일주일 중 가장 혼잡한 월요일 출근길의 대중교통 이용 인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출근 시간 어김없이 콩나물 시루 수준으로 붐비는 서울 지하철 3호선도 평소보다 밀집도가 낮았다. 매일 아침 3호선을 타고 이용하는 직장인 권모(35)씨는 "아침마다 지옥철을 감수해야 하는데 오늘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첫 출근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영등포구청역으로 출근한 김모(25)씨 역시 "지금껏 코로나19 사태에도 출근길만큼은 붐볐는데, 오늘에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게 실감이 난다"고 했다.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나머지 자가용이나 카풀과 같은 교통편을 택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대기업 직장인 김모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감염되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근처에 사는 동료들과 함께 카풀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후 커피 한잔' 풍경도 사라져

대부분 직장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면서, 오피스 빌딩 밀집 구역 주변의 식당가 풍경도 함께 달라졌다. 평소 점심시간 때 줄을 서야만 입장이 가능했던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삼계탕집은 이날 점심시간에는 서너 테이블밖에 손님이 없었다. 통인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점심 때 손님을 한 테이블밖에 못 받았다"며 "휴가철이 지나 손님이 좀 더 늘 것이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줄어들어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식사 후 음료를 마시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던 카페의 풍경도 변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내 테이블 이용 제한 조치 탓에, 점심 시간에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 중에는 식사 후 곧바로 회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원 A씨는 "편하게 쉬면서 대화하려고 카페에 가는 건데 그걸 못 한다면 굳이 카페에서 커피를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프랜차이즈 카페 종업원 이모(24)씨는 "테이블 이용이 안 되니 음료 포장(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도 함께 줄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적용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6일까지 일주일간 시행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망 통제력이 어느 정도 회복됐을 때 완화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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