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썩지않는 맥도날드 햄버거…그 원리는?

입력
2020.09.01 09:00
세계 곳곳서 '맥도날드 부패' 실험…비슷한 사례 많아
맥도날드 "수분 없으면 박테리아·곰팡이 안 자란다"

미국에서 맥도날드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무려 수십년간 썩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요. '어, 예전에도 봤던 것 같은데?'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과거에도 수차례 이와 유사한 사례가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된 적이 있죠. 어떻게 가능한 일 일까요.

이번에는 모바일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통해 공개된 영상이 화제가 됐는데요. 한 할머니는 이 영상에서 1996년에 미국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에서 만든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24년이 지난 2020년까지 썩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옷장에서 보관했다는 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담은 하얀 종이상자에는 제조년도 1996년이 명확히 적혀있죠. 영상속 감자튀김은 바싹 말랐지만 썩지 않은 상태로 보이는데요. 빵에도 곰팡이가 없습니다. 다만 패티를 제외한 상추 등 채소는 제거된 상태였고요.

이 할머니는 "24년 된 햄버거로, 먹으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며 햄버거를 다시 포장지로 싸맸습니다. 그의 손녀로 추정되는 앨리 셔브가 올린 이 영상은 수일만에 3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요.

지난해에도 2009년 금융위기로 문을 닫았던 아이슬란드 맥도날드에서 마지막으로 판매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간직하고 있던 회르투르 스마라손이 10년 만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관심을 받았어요.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그는 '맥도날드 햄버거는 절대 썩지 않는다'는 풍문을 확인해보고 싶어 음식을 보관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기억에서 잊혔던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3년 뒤 이사하던 중 발견됐고 그는 처음 그대로의 음식 상태에 놀랐죠.

심지어 이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아이슬란드 국립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하고 국영방송 전파를 타기도 했는데요. 현재까지도 아이슬란드 남부의 한 호텔에서 전시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에 앞서 뉴욕의 사진작가 샐리 데이비스는 이른바 '해피밀 세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죠. 데이비스는 2010년 4월 10일 근처 맥도날드에서 해피밀 세트를 구매, 매일 사진을 찍으며 상태를 관찰했는데요. 수년이 지나도 고기만 조금 말랐을 뿐 변치 않는 모습을 보였죠.

데이비스는 "나는 늙었지만 햄버거에게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 같다"며 "평생 사진을 찍어야 할 지도 모르지만 햄버거가 부패할 때까지 계속 사진기록을 남기겠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는 2016년 4월 10일 '해피밀 생일'에 촬영된 6살의 싱싱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우연히, 혹은 호기심 많은 이들의 도전에 수많은 비슷한 사례가 나왔는데요. 주목받을 때마다 자연스레 '맥도날드가 방부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다른 회사 햄버거는 썩더라'는 주장과 함께요. 2011년에는 폴란드 웹사이트 '조몬스터'에 맥도날드와 KFC의 감자튀김을 유리병에 밀봉보관해 3년을 지켜봤다는 인증사진도 나왔죠. KFC의 감자튀김에 비해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멀쩡했고요.

맥도날드 측은 이 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음식이나 주변 환경에 수분이 충분하지 않으면 박테리아와 곰팡이가 자라지 않아 부패하지 않을 수 있다"며 "보통 환경에서는 우리 음식도 다른 음식과 같이 부패한다"고 입이 닳도록 설명해왔죠. 실제 모든 사례는 햄버거의 경우 채소 등 수분기가 있는 부분을 없앴다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도널드 샤프너 뉴저지 럿거스대 식품과학대학원 박사 또한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익히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박테리아가 제거된다"면서 "그런 햄버거를 건조한 환경에 보관하면 수분이 제거돼 '미라'처럼 마른 상태로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보탰습니다.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 맥도날드 부패 실험은 끊이지 않았죠. 아직 해명이 충분하지 않은 걸까요? 보다 철저한 조건 통제 아래에서 정밀한 실험이 진행돼 가설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호기심의 불은 꺼지지 않을 듯 합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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