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유족, 현대건설 배구단 구단주 사기 등 혐의로 고소

입력
2020.08.31 15:38

지난달 세상을 떠난 고(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이 고 선수의 소속팀이었던 현대건설 배구단 구단주를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 선수 유족을 대리하는 박지훈 변호사는 31일 오전 박동욱(58) 현대건설 배구단 구단주에 대한 고소ㆍ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제출했다. 박 구단주의 혐의로는 사기와 업무방해, 근로기준법 위반, 사자(死者) 명예훼손 등 4개 혐의가 적시됐다.

앞서 고 선수 유족과 박 변호사는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많은 이들이 고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족 측은 우선 올해 3월 고 선수가 트레이드 요청을 하자 구단이 이를 미끼로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면서 박 구단주의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트레이드를 시켜 줄 의사나 계획이 없었으면서도, 마치 그렇게 해 줄 것처럼 속여 4개월치 잔여 급여채권 2,000만원을 포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구단이 그 이후인 지난 5월, 한국배구연맹에 고 선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한 것을 두고는 "연맹의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는 주장을 폈다. 올해 3월 계약해지로 고 선수는 자유계약(FA) 선수가 됐고,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음에도 구단 측이 이 사실을 연맹에 숨겼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 소속 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한국 프로배구 V리그에서 선수로 뛸 수 없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는 고 선수의 의지를 구단이 꺾었다는 뜻이다.

유족 측은 또, 현대건설 배구단 감독 등이 고 선수의 거부에도 불구, 시즌 도중 갑자기 '리베로'로 포지션 변경을 지시하고 경기에 출전시키는 등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했으며 이는 박 구단주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 선수의 본래 포지션인 '레프트'와 180도 상반된 포지션을 강제하면서도, 제대로 훈련을 받을 기회는 제공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배구단은 20일 유족의 기자회견 직후 반박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의사표명 없이 팀을 이탈했다", "악성 댓글로 심신이 지쳐 있었다" 등의 해명을 내놨다. 그러면서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중단했고, 3월에는 임의탈퇴가 불가능한 시기여서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 공시를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족 측은 이 같은 입장문 내용이 모두 허위라며 사자 명예훼손 혐의도 고소장에 포함시켰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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