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사동의 '빅 슬러거'

입력
2020.09.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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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오밍 주립교도소 올스타즈(9.2)


1911년 여름 미국 와이오밍주 롤린스(Rawlins) 주립교도소 야구팀이 창설됐다. 죄수 12명으로 구성된 '와이오밍 주립교도소 올스타즈(WSPAS)'였다.

갓 부임한 교도소장(Felix Alston)은 1901년 교도소 개장 이래 최초로 운동장을 개방했다. 죄수들이 가장 즐긴 게 야구였고, 소장은 주지사 승인을 얻어 팀을 발족시켰다. 주장은 목초지 시비끝에 이웃 목부 셋을 살해하고 20년 형을 받은 조지 서밴(George Saban)이었고, 투수는 강간범 캐머런, 4번 타자는 불륜 연인의 남편을 살해한 사형수 조셉 셍(Joseph Seng)이었다.

7월 18일, 지역 실업 최강팀 '와이오밍서플라이컴퍼니 주니어스'와의 첫 경기. 올스타즈는 예상을 깨고 11대 1로 압승했다. '슬러거' 셍은 홈런 2개를 포함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언론은 주전의 면면을 대서특필했다.

당시 와이오밍의 법치는 무척 난폭했다. 가죽을 벗기는 형과 인피로 구두를 만드는 일까지 허용된 게 불과 20년 전이었다. 목초지를 다투다 총을 드는 건 아직 '서부 사나이'의 무용담이었고, 불륜이든 어쩌든 연적을 죽인 건 '낭만 범죄'였다. 감형 청원이 쇄도했다. 그들은 스타였다.

올스타즈는 2차전(11대 1) 3차전(11대 4)도 승리했다. 실책을 범하면 형이 늘고 승리에 기여하면 줄여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선수들은 식사에서부터 차별적으로 우대받았다. 물론 간수들도 베팅에 동참했다.

4차전은 8월 29일, 셍의 처형 예정일(8월 22일) 뒤였다. 형 집행은 연기됐고, 올스타즈는 목숨 건 투혼 끝에 또 승리(15대 10)했다. 4전 전승.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교도소가 도박을 조장한다는 투서 때문에 팀은 해체됐다. 셍은, 생의 마지막 한 해를 환호 속에 보내고 이듬해 5월 처형됐다.

2014년 9월 2일 두 명의 작가가 그 사연을 발굴, '사형수 사동의 올스타즈(Death Row All Stars)'란 제목의 논픽션을 출간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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