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의 뮤지컬 ‘모차르트!’ 온라인 ‘유료’  공연 첫 시도

입력
2020.09.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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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 48시간 VOD 관람권’ 묶어 2일부터 판매
“이참에 공연 전문 온라인 플랫폼 만들자” 주장도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공연 실황을 ‘유료’로 온라인 스트리밍한다. 뮤지컬 공연의 온라인 유료화는 첫 시도여서 공연계의 이목이 쏠린다.

EMK는 10월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2시 ‘모차르트!’ 공연을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상영한다고 31일 밝혔다. 3일 공연엔 박강현이, 다음날 공연에는 김준수가 모차르트 역을 맡는다. 이 공연 관람 티켓 판매는 2일부터다. 티켓을 사면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추가로 48시간 동안 VOD를 통해 공연을 볼 수 있다. EMK는 이 관람권에다 10주년 포토북 등을 곁들인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예스24를 통해 판매한다.

대면 공연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공연계는 새로운 돌파구로서 공연 영상화 작업, 유료화 가능성을 고민해 왔다.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차르트!’가 시도하는 것이어서 영상 제작, 관객 반응, 성공 여부 등이 공연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간 온라인 공연은 무료였다.

온라인 공연 자체는 이미 착착 준비되어 왔다. 지난달 4, 5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촬영해 뒀다. 지미집 포함, 카메라 9대가 동원됐다. 이 공연 영상은 지난달 중순 일본 공연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공개돼 큰 인기를 얻었다.

성공 경험도 있다. EMK의 또 다른 뮤지컬 ‘웃는 남자’도 예술의전당이 진행하는 공연 영상화 사업인 ‘싹 온 스크린’을 통해 지난 3월 유튜브에서 60분 하이라이트 형식으로 공개됐다. 두 번 상영했는데 조회수 15만건, 시청자수 1만2,000여명을 기록했다. 최근 뮤지컬 ‘마리 퀴리’ 녹화 중계도 네이버에서 조회수 58만건을 기록했다.

EMK는 온라인 유료 공연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1월 개막 예정인 ‘몬테크리스토’ 또한 유료 스트리밍 상품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EMK 관계자는 “온라인 공연이라도 관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관객들의 인식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면서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활로 모색 차원”이라고 말했다.

유료화 작업이 쉽진 않다. 촬영, 편집 등에다 원작자에게 줘야 할 저작권료 등을 감안하면 제작비만 1억원 이상을 따로 들여야 한다. 수익을 내려면 인지도가 높은 라이선스 작품이 유리한데, 별도 영상을 만들려면 일일이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손쉽게 영상화할 수 있는 국내 작품은 반대로 이름값이 떨어진다.

한 공연 관계자는 “‘모차르트!’는 유명 배우, 높은 인지도를 갖춘 데다 유럽 뮤지컬이라 상대적으로 온라인 공연 유료화를 시도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라며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 등 다른 공연도 영상 유료화가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참에 공연 영상물 유통 플랫폼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브로드웨이 공연 스트리밍 사이트 ‘브로드웨이 온 디맨드’ ‘브로드웨이HD’ 같은 전문 플랫폼을 말한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처럼 공연 영상물이 독자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고정적인 공연 관객 이외 영상 관객층이 유입돼야 한다”며 “우수 공연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 넷플릭스처럼 월정액 서비스를 한다면 온라인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전제는 ‘차별화된 콘텐츠’다. 지 교수는 “무료 공연이 온라인에 올라와도 찾아보는 이들이 아직 극히 적다”며 “관객들이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시장 분석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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