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고고학자 피터 캠벨(Peter B. Campbell)은 바다를 "세상에서 가장 너른 박물관"이라고 했다. 인류가 듣도 보도 못 한 진귀한 것들이, 생명 이전의 시간을 거슬러 켜켜이 거기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미처 무기 분자로 분해되지 못한 고대 유기체의 파편도 어딘가 묻혀 있을지 모른다. 물론 바다가 접근성 좋은 친절한 박물관은 아니다. 염수와 해류로 겹의 철조망을 두른, 모든 걸 산화시키는 시한부 보물창고에 가깝다. 가장 큰 난관은 덩치 그 자체다. 바다는 너무 광활해 담장 없는 미로이고, 너무 깊어 닿을 수 없는 수압의 요새도 있다. 바다 위를 누빈 대항해시대의 해적들과 달리, 현대의 '해적'들은 바닷속도 누빈다. 그들에겐 또 하나의 난관이 있다. 국제법이다.
2년 전 한 국내 기업이 러일전쟁 때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 호'를 찾았다며 해저 보물선 소동을 빚던 무렵, 한국 정부 관계자는 "보물 80%는 인양 회사가 갖고 20%는 국고로 환수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탐사, 인양했고 장소가 영해여서 판례상 그렇다는 거였다. 하지만 실제 보물이 인양됐다면 러시아가 박수만 쳤을 리 없다. 사우스햄튼대 고고학자겸 변호사 로버트 매킨토시에 따르면 "해저 보물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어서 대개 소송과 협상을 통해 소유권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타이태닉 호는 침몰 73년 만인 1985년 9월 1일 미국 해양지질학자겸 탐험가 로버트 밸러드가 이끈 미국ㆍ프랑스 조사팀에 의해, 대서양 공해 3,658m 해저에서 발견됐다. 미 해군은 60년대 침몰한 핵잠수함 두 척의 탐사를 돕는 조건으로 탐사 비용을 댔다. 이후 타이태닉호는 수십 차례 공식 비공식 방문객을 맞이했고, 적지 않은 유물과 선체 일부를 잃었고, 소송이 이어졌다. 기억이 부식되면 비극도 건조해진다. 그들에게 타이태닉 호는 유물이었다.
유네스코는 2001년 타이태닉 침몰 해역을 해양문화유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