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라는데... 트럼프, 인종차별 항의시위 커노샤 간다

입력
2020.08.31 08:39
"폭동 피해 점검"…블레이크 가족 면담은 미정
위스콘신 주지사·커노샤 시장 "오지 말라" 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피격 사건으로 인종차별 항의시위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직접 찾아 '폭동 피해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서는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상황이다.

CNN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커노샤를 직접 방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최근 폭동으로 인한 피해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법 집행관들을 만나고 피해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나, 피해자인 제이컵 블레이크의 가족과 만날지와 관련해서는 일정이 조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는 23일 커노샤에서 출동한 경찰관들과 다투던 중 어린 세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러스틴 셰스키 경관이 쏜 총탄 7발을 맞았다. 그는 이 일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 사건은 5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이어 인종차별 항의시위를 촉발시켰다.

분노한 커노샤 시위대는 건물과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집회 양상을 보였고, 시위 현장에서 자경단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17세 백인 카일 리튼하우스가 총을 쏴 2명을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시위 격화에 위스콘신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 병력을 배치했다.

한편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2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 "다른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함께 당신의 존재가 커노샤와 우리 주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며 "분열을 극복하고 함께 전진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연시킬 뿐"이라고 커노샤 방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만델라 반스 위스콘신 부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해 온 선동 발언들을 보라. 커노샤에서 벌어지는 일을 두고 그들은 반감과 분열을 부추기는데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존 앤터러미언 커노샤 시장 또한 "앞으로 2주 이내라면 모를까 지금은 대통령이 커노샤를 방문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권고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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