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돌입...발길 끊긴 카페ㆍ헬스장

입력
2020.08.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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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마감 때 테이블과 의자들을 한 쪽으로 몰아넣고, 손님들이 착석하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금지선을 쳤어요."

30일 오전 서울 성북구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김모씨는 음료 제조대가 아닌 카페 입구에서 고객을 맞이했다. 이날 0시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손님들이 카페 내부에 머물지 못하도록 안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카페 내부의 의자와 책상을 한쪽으로 모두 치웠고, 고객들은 OR코드 전자출입명부를 일일이 찍고서야 카페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김씨는 "내부에서 음료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서는 손님들이 꽤 있어 평소보다 방문자 규모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30일 0시를 기점으로 수도권 일대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로 불리는 강화된 방역 조치를 시행하면서 서울 시내 상가들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부터 수도권 내 프랜차이즈형 대형 카페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고 헬스장과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이날 오후 9시부터는 식당과 술집 등이 포장과 배달 영업만 할 수 있다.


강화된 조치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건 대형 카페들이다. 평소라면 매장 안팎에 마련된 좌석이 거듭 만석이 됐을 주말이지만, 이날 서울 번화가 대형 카페들에는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일부 카페에서는 내부 착석과 취식뿐만 아니라 화장실 이용마저 금지하면서 대기선을 이탈해 화장실을 찾는 고객과 직원 간 작은 소동이 이는 등 혼선도 곳곳에서 빚어졌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는 정상 영업이 가능했으나 매장 내부를 이용하는 이들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타격이 점차 커지자 일부 소규모 카페 업주들은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휴일을 없애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송파구의 한 카페 사장은 "다행히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은 반가운데 밖에 나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절반 정도의 고객만 왔다"며 "원래 월요일은 정기 휴일인데 당분간 매일 영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말이 대목인 헬스장, 당구장 등 민간 실내체육시설 역시 정부의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서울 성북구 인근 피트니스센터 입구에는 불이 꺼진 상태로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 추진에 따른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명령 발령 통보'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인근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백모(27)씨는 "최근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업을 받는 손님이 평소보다 50% 이하로 줄어들면서 월급 역시 절반 넘게 삭감됐다"면서 "아예 8일동안 영업을 중단하게 되면서 9월 월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 참담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포장ㆍ배달판매만 해야 하는 식당과 술집들은 대부분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일찍이 간판 불을 끄고 매장을 정리했다. 본보가 30일 오후 8시쯤 서울 송파구 석촌역 일대 번화가를 돌아본 결과 식당 10곳 중 절반 이상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저녁 영업을 안 하는 것을 알고 오후 7시부터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빠졌다"며 "어제 생맥주를 소량만 들여온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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