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갈등 수위를 높일수록 대만과는 빠르게 밀착하고 있다. 대만이 미국산 소고기ㆍ돼지고기 수입 제한을 풀자, 화답하듯 미국 전투기 정비센터가 인도ㆍ태평양지역에서 최초로 대만에 문을 열었다. 두 나라의 밀월행보에 중국의 반발도 거세져 역내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공격적 행보는 미중 갈등을 계기로 경제, 국방 등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28일(현지시간)엔 미국산 돼지고기와 소고기에 대한 수입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차이 총통이 2주 전 미 정부에 제안한 내용으로 이로써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대만은 원래 2006년 육질 개선용 사료 첨가제인 락토파민 성분이 잔류된 돼지고지ㆍ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광우병 위험을 이유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만 제한적으로 수입해 왔는데, 이 문제는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국방 분야 협력도 거침없다. 같은 날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F-16 정비센터가 대만 타이중 사루에서 개소했다. 정비센터 설립은 양국간 군사장비 기술 이전 등 폭넓은 협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을 더 자극할 수밖에 없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 정비센터는 중국을 분노하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이달 초 미국과 대만이 미국산 무인기(드론) 판매 협상을 하는 등 군사적으로 가까워지자 중국은 미국에 대만 무기 수출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중국의 견제에도 대만의 국제적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잘 통제해 보건 분야에서 국격을 높였고, 최근엔 대사관 격인 대표 사무소도 늘려가고 있다. 이달 들어 아프리카 소말릴란드,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에서 대만 대표부가 업무를 시작했다. 2016년 이후 중국의 압박에 수교국이 22개국에서 15개국으로 급감한 대만이 외교망을 회복해 가는 데도 미국의 암묵적 지원이 뒷받침됐다. 29일에는 밀로스 비르트르칠 상원의장 등 89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체코 고위급 방문단이 31년 만에 대만을 찾기도 했다.
양국의 급속한 관계 개선은 거꾸로 중국을 한층 자극하는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과의 접촉 자체가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자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에도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신중하게 대만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