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갑자기 물러나면서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 개최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관론에도 아베 총리가 정부 내 구심점이 돼 올림픽 개최 의지를 전세계에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8일 사의 표명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도쿄올림픽을 언급하며 “개최국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개최 방침에 변화가 없도록 당부한 것이다.
그는 임기 중 정치적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도쿄올림픽 유치 단계에서부터 적극 관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도쿄올림픽 개최가 아베노믹스와 관광입국 정책에 날개를 달아줄 동력이라고 기대했다.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한 것도 아베 총리였다. 올해 3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의 전화회담에서 올림픽 개최 연기를 결정하면서 기간을 1년으로 제안했다. 동석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2년 연기’를 제안했지만 자신의 임기 중 올림픽을 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수습되지 않으면서 아베 총리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백신 개발과 상용화는 언제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치적 욕심을 부렸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올림픽 개최와 연기를 주도했던 아베 총리가 퇴진한 이후 정부 내 올림픽 개최를 위한 추진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4일 도쿄도 및 도쿄올림픽조직위와 함께 새로운 조정회의를 신설해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을 가정하고 대회 개최 방안을 다각토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회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부(副)장관은 아베 총리 퇴임과 함께 퇴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IOC 조정위원회는 오는 10월 도쿄올림픽조직위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내년으로 연기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협의한다. 이르면 연내에는 개최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구심력을 잃은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에서도 “이미 도쿄올림픽 개최는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NHK 여론조사에서도 도쿄올림픽에 대해 ‘재연기 또는 중단해야 한다’ 응답은 66%로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26%)’를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