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에게서 기증받은 혈장으로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응급 사용 허가(EUA)를 승인했다.
혈장 치료는 코로나19 완치 환자에게서 생성된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투여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항체 형성을 돕는 방식이다. 혈장 치료를 통해 코로나19 환자가 치료된다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으므로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미국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적지 않은 과학자들은 혈장 치료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혈장 치료를 어떻게 할지 아직 정립되지 않은데다 제대로 된 평가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재감염 환자까지 나오고 있어 혈장 치료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의사들이 엄격하고 통제된 검사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치료 경험도 없어 혈장 투여와 관련해 교과서에서 배운 수준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FDA는 혈장 치료에 대해 응급 사용 허가를 승인했을까. 혈장 치료는 이미 1880년경 디프테리아와 1918년 스페인 독감 치료에 사용된 적이 있다. 응급 사용 허가는 미국 메이오클리닉이 3만5,000여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 따른 것이다. 메이오클리닉 심장전문의 마이클 조이너 박사는 올 3월 초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도박적으로' 회복기 혈장을 사용했다. 조이너 박사 연구팀은 이후 3만5,000명의 코로나19 환자에게 혈장 치료한 결과, 진단 후 3일 이내 혈장 치료한 환자의 8.7%가 1주일 이내에 사망했지만, 진단 후 4일 후 혈장 치료한 환자는 11.9%가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임상 연구 결과는 무작위 환자 배정 및 위약 투여 비교군이 없어 효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또한 코로나19 치료에 혈장이 얼마나 필요한지, 적절한 치료 대상자는 누구인지, 투여는 언제할 지, 혈장 내 적절한 항체 농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러면 코로나19를 극복한 환자에게서 얻은 혈장은 어떻게 작동할까.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혈장은 적혈구ㆍ백혈구ㆍ혈소판ㆍ염분ㆍ호르몬ㆍ세포 폐기물을 신체의 최종 목적지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면역체계의 핵심 부분에 전달한다. 아플 때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병원체에 특이적인 항체를 만들어 혈장으로 혈관으로 순환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도움을 준다.
회복기 혈장은 이론적으로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특이적인 항체가 들어 있다. 혈장과 그 항체를 정맥으로 전달하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기에 이를 ‘수동 면역’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울 때 여러 가지 항체를 만드는데 모든 항체가 바이러스를 막는데 유용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가장 도움 되는 항체를 분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완치 환자에서 얻은 항체 가운데 어떤 항체가 치료에 도움을 주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결국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혈장 치료 임상 연구가 조만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