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집단휴진(파업)에 들어간 전공의ㆍ전임의들을 상대로 정부가 28일 ‘업무개시명령, 수도권에서 전국 확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이를 어긴 의사들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가 없이 즉시 진료 업무에 복귀하라는 당국의 명령에 불응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기소 및 유죄 판결이 내려진 선례가 있긴 하지만, 해당 명령의 절차적 적법성 등 따져봐야 할 지점도 많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단 형사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는 명확하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같은 조 3항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벌칙 조항(88조)도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을 땐,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벌에 처해진다. 이와 별개로, 1년 이하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도 이를 위한 관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날 복지부는 앞서 수도권 지역에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응급실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극적인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업무 복귀를 끝까지 거부하는 의사들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다만 △불응에 대한 ‘정당한 사유’라는 내용적 측면 △행정명령의 적법ㆍ절차적 측면 등을 살펴볼 때, 실제 처벌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대 쟁점으로는 행정명령의 ‘도달’ 여부가 꼽힌다. 명령이 발동되려면 대상자에게 전달되는 게 전제 조건인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휴대폰 꺼놓기’ ‘연락받지 않기’ 등의 방법으로 명령서 도달을 원천 차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이날 “송달 방해 행위도 사실관계에 따라 업무개시명령 거부를 적극 교사ㆍ방조한 것으로 보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긴 했지만,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번 행정명령의 절차적 적법성에 하자가 있고, 따라서 처분 효력 자체가 문제시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 분야 전문인 이동찬 변호사는 “이번 업무개시 명령서를 확인해 보니 ‘불복시 행정소송 제기 가능’이라고만 적혀 있을 뿐, 쟁송 기간이나 방법에 대한 고지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정당한 행정처분서인지를 두고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실제 형사처벌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을 이끈 김재정 당시 의협회장과 한광수 당시 의협회장 직무대행은 업무개시명령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5년 후 대법원에서 유죄(징역형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의료법에 따라 의사면허도 박탈당했다. 다만 이번 사태의 경우, 지도부가 아니라 일반 전공의들도 이미 고발됐다거나 고발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 비교는 어렵다. 의사 출신 이용환 변호사는 “파업을 주도한 지도부가 아닌, 단순 참여를 한 전공의는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 정도가 최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공의들은 업무개시명령 불응을 위해 단체로 사직서를 내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복귀 명령의 효력에는 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표를 냈어도 병원이 이를 수리하지 않는 이상, 신분상엔 변화가 없는 탓이다. 복지부도 최근 “판례상 사직서 제출도 집단행위의 한 사례”라며 “이 경우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부할 수 있고 불응 시 조치는 동일하다”고 못 박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