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병 때문에 사임할 의향을 굳혔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28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도록 만든 지병은 ‘궤양성 대장염’으로 알려지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으로 장내 세균을 포함한 인체 외부의 자극에 과도하게 면역반응을 나타내며 만성 염증이 생긴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이나 점막하층에 국한돼 염증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점액이 섞인 혈변을 보거나 설사와 변을 참지 못해 급히 화장실을 찾는 대변 절박감, 잔변감, 복통 등이 주증상이다.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전ㆍ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북미와 북유럽에서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최근에는 남유럽과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개발도상국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궤양성 대장염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장에 흡수되는 물질이 아시아인의 장 속에 분포하는 미생물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장을 공격하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제 설탕이나 패스트푸드, 마가린 같은 고당질 고지방 식품을 많이 먹으면 궤양성 대장염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사라져도 규칙적인 약물 복용과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하다. 증상이 없어도 장내에서는 염증이 남아 있어 재발하거나 대장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장내의 모든 염증 제거가 치료 목표다. 따라서 꾸준한 약물 치료와 장내 염증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정기 검사가 필수적이다.
이창균 교수는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는 50대 이후 대장암 검진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검사로 생각해 젊은 사람들은 필요한데도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며 “나이ㆍ성별을 떠나 복통이나 설사가 4주 이상 지속될 때나 혈변이 보일 때는 주저 없이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궤양성 대장염은 중증 난치병이고 평생 지속된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동반되면 대부분의 환자는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암과 같은 불치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하는 만성질환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