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문닫고 교습소는 문열어...학생 방역 '사각' 될까

입력
2020.08.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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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방역강화로 학원 문닫지만
10인 미만 수업하는 교습소는 허용
"대형학원과 같아" 허술한 조치 논란



서울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A(31)씨는 28일 정부의 수도권 방역지침 강화방안이 발표된 후 학생들에게 ‘수업 안내’ 문자를 보냈다. 30일부터 300인 미만 학원과 스터디카페, 독서실이 일제히 문을 닫아야 하지만 A씨가 운영하는 보습학원은 ‘교습소’로 분류돼 대면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수도권 전면 등교중지 조치가 내려져도 수능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옆 학원이 문을 닫지 않으면 우리 학원도 닫지 못해” 운영을 지속했던 A씨는 “어쨌든 이번 조치에도 운영이 가능하다니 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부가 3단계에 준하는 수도권 새 방역지침을 내놓았지만 이 지역 학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교습소는 이용금지 대상에서 빠지면서 ‘학생 방역 사각지대’로 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은 10인 이상 집합·모임을 금지하는 것인데, 이번 강화된 수도권 방역지침이 이에 준하는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10인 미만 교습소’는 이용 금지 대상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수도권 학원 10개 중 이런 소규모 교습소가 4개에 달해서 강화 조치가 실제 방역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수도권 지역 교습소는 2월 기준 2만3,941개로 전체 학원의 37.2%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1만280개(40.7%), 경기 1만124개(30.8%) 인천 3,537개(56.5%)로 특히 인천지역은 전체 학원의 절반을 넘는다.

교습소 기준을 '원장과 보조강사로 이뤄진, 같은 시간에 10인 미만을 교습하는 곳'으로 삼기 때문에 전체 학생 수는 100여명에 달할 수도 있고, 때문에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은 학원에 비해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지난 5월 인천 강사발 집단감염을 비롯해 학원발 감염이 발생하면, 일대 학원과 교습소를 모두 폐쇄하고 방역조치에 들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A원장은 “중대형학원도 교실 수가 많아 실제 한반에 수강생 10명이 안될 때가 많고, 과외수업은 대면접촉이 많아 감염 위험이 더 높은데 정부 방역 조치가 너무 행정 편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학원 이용금지 기간이 짧아 이번 조치가 사교육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재학생들은 아직 대학 입시에 직면하지 않았거나 학교에서 원서 상담이 가능해 당장 여파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교습소 보다 중대형 학원을 다니면서 독서실,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했던 재수생이 겪는 여파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학원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달 16일 9월 모의고사를 치르는데, 재수생의 경우 출신학교나 지정 학원에서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실제 수능 난이도를 조절한다. 6월에 시험을 응시하지 않았던 반수생(대학 휴학 후 재수)까지 9월 모의고사는 대부분 보기 때문에 평가기관에서도 올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재학생·재수생의 학습격차를 알 수 있는 ‘수능의 가늠자’ 로 꼽아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모의고사가 굉장히 중요한 만큼, 방역조치를 하면서 가능하면 수험생이 모두 시험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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