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스포츠 전방위로 확산되는 '흑인 총격' 여파…류현진도 29일로 등판 연기

입력
2020.08.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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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농구(NBA)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프로스포츠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지난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비무장 상태로 경찰의 총격을 받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블레이크의 어린 아들 3명이 아버지가 쓰러진 차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 들끓었다.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를 연고지로 하는 NBA 밀워키 벅스에서 촉발된 보이콧 움직임은 NBA, 메이저리그로 옮겨 붙은 데 이어 28일엔 미국프로풋볼(NFL)의 9개 팀이 일제히 훈련을 취소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시카고 베어스 구단은 성명을 내고 "인종차별과 경찰의 야만성 등 우리 사회의 실제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훈련을 멈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NFL은 9월 11일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휴스턴 텍산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20시즌을 시작한다. 개막을 앞두고 불거진 사태에도 NFL 사무국은 선수노조와 함께 공동 성명을 내고 "우리는 어느 때보다 단합돼 있으며 분노와 좌절을 공유하고 있다"라고 했다. NHL도 28∼29일 예정된 스탠리컵 플레이오프 4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27일 3경기, 28일에는 총 7경기가 취소됐다. 28일 맞대결 예정이었던 토론토와 보스턴 구단은 공동 성명을 내고 "오늘 미국 뉴욕주 버펄로 살렌필드에서 치를 예정이던 경기를 연기했다"며 "계속되는 경찰의 폭력행위와 사회적인 불평등에 우리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로 했다. 두 구단은 인종차별 반대를 위해 선수들이 내린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등판 예고됐던 토론토 류현진(33)은 하루 밀려 29일 볼티모어와 홈 경기에서 시즌 3승에 도전한다. 추신수(38)가 뛰는 텍사스와 최지만(28)의 탬파베이도 각각 오클랜드, 볼티모어전을 연기했다.

NBA는 이미 플레이오프 재개를 선언한 만큼 경기 보이콧은 단발성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항의 표시는 경기장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언론 인터뷰 등으로 '인종 차별 철폐', '평등'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흑인이 다수인 NBA 선수들은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문구가 쓰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등 코트에서 항의의 목소리를 내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흑인 혼혈 캐머런 챔프(미국)는 28일 BMW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양발에 흰색과 검은색 신발을 신고 경기에 나섰다. 신발에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글귀를 적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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