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노르웨이를 향해 "홍콩 반정부 시위대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홍콩보안법에 대한 국제 여론이 탐탁지 않자 조급해진 중국이 외교 관례를 깨고 상대 국가를 면박주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르웨이 오슬로를 찾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7일(현지시간)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홍콩 활동가들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노벨평화상을 이용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누군가 노벨평화상을 정치화하는 행위를 보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가 계속 서로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할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지속적이고 건전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대에게 노벨상을 주는 것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보복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노벨상 가운데 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하고 시상한다.
왕 국무위원이 언급한 '과거'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중국 인권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투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수감 중이던 류샤오보의 시상식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어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 금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비롯한 상호교류 중단 등 사실상 단교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계를 냉각시켰다. 양국관계는 지난해에야 비로소 정상궤도로 복원됐다.
중국 외교부장의 노르웨이 방문은 15년만이다. 특히 왕 국무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지난 25일 유럽을 찾아 노르웨이를 포함해 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프랑스ㆍ독일 등 5개국을 방문하던 중이었다. 미국에 맞서기 위해 우군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처럼 강한 톤으로 노르웨이를 향해 메시지를 던진 건 중국이 홍콩 민주진영 인사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