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창동순두부' 창업자 부고 조명…"美문화현상 된 요리"

입력
2020.08.28 07:29
한식 세계 알려…LA타임스 '두부요리의 제왕' 표현
미 전역 13개 지점 인기…난소암으로 지난달 별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북창동순두부(BCD Tofu House)' 창업자인 고(故) 이희숙(남편의 성을 딴 이름·본명 홍희숙) 전 대표의 부고 기사를 게재해 그의 삶을 조명했다. 재미동포였던 그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북창동순두부를 창업해 미국과 한국, 일본에 17개 매장을 내는 등 한식 유행에 앞장섰다.

NYT는 27일(현지시간)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지난달 18일 LA의 한 병원에서 61세의 나이로 별세한 이 전 대표를 두고 "한국식 순두부찌개의 비밀 레시피를 개발하는데 긴 밤을 지새웠고, 그의 식당이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성장하면서 그 요리 자체가 미국의 문화현상과 같은 것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생전 이 전 대표가 요리가 제대로 될 때까지 양념을 시험하느라 주방에서 여러 날 밤을 보냈다며, 이같은 그의 노력이 미 전역 12개 도시 13개 지점의 프랜차이즈 성공신화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앞서 LA타임스는 '두부요리의 제왕'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를 기리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1959년 6월 서울에서 교사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4녀 중 둘째로 출생했다. 중학생 시절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그는 고교를 졸업한 후부터 식당 설거지, 벼룩시장 물건 판매 등을 하던 어머니를 도와 생업전선에 뛰어들었고 1983년 변호사인 이태로씨와 결혼한 뒤 1989년 자녀 교육을 위해 LA로 이주했다.

그의 세 아들 중 장남인 에디 이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과대학 조교수는 1990년대 중반 교회 예배 중 자녀들이 순두부 식당에 가자고 조른 것을 계기로 이 전 대표가 순두부 전문 음식점을 열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외신에 전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친척 할머니의 두부 음식점이 있던 서울 북창동에서 착안해 식당 이름을 지었다.

1996년 LA 한인타운에 '한국의 맛을 세계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북창동순두부 1호점을 연 것이 첫 시작이었다. 순두부 찌개에 돌솥밥과 누룽지, 조기튀김을 낸 그의 요리는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 조교수는 "어머니께서는 식탁에 무엇을 내놓든 완벽해야 했다"며 "밥의 온도, 김치의 색, 두부 양념의 염도까지 모든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북창동순두부는 미국 직영점 13곳에 더해 한국과 일본에 각기 3곳과 1곳의 체인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성장했다. 식당 직원만도 400여명에 달한다. 북창동순두부는 한국 단체 관광객은 물론 유명 스포츠 스타와 영화배우들도 줄을 서서 먹는 명소가 됐다.

아울러 NYT는 이 전 대표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시해고된 직원들에게도 의료혜택을 제공했으며, 남은 직원들이 포장 주문 요구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추가 수당을 주는 등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기울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생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글로벌어린이재단' LA지역 회장을 지냈고, 아시안골수기증협회에도 적극 후원하는 등 선행을 이어온 바 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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