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가 27일 소멸했다. 2003년 '매미'이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차 대유행과 '역대급' 집중호우로 피해 복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제주도 등 바비가 할퀸 일부 남부 지역은 삼중고를 겪었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바비는 이날 오후 3시 소멸하기 전까지 550건의 시설 피해를 남겼다.
최대 풍속이 47m/s를 웃도는 등 바람이 강했던 탓에 가로수와 가로등,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정전피해가 곳곳에서 났다. 충남 태안의 한 양식장에선 바비로 일시 정전이 일어난 뒤 가동한 비상 발전기가 과부하로 고장이 나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넙치 20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경기, 인천, 제주 등에서 1만450가구의 전기가 끊겨 이날까지 복구 작업이 계속됐다.
주택 피해도 잇따랐다. 바비가 수도권 인근으로 북상하면서 이날 오전 4시 30분쯤 서울 양천구에서 주택 지붕 위에 덮여있던 패널이 강한 바람에 날려 맞은 편 건물 1층 쪽으로 떨어지면서 집 안에 있던 60대 남성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선 주택 1채의 지붕이 파손돼 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근 장마로 산사태 피해를 겪은 전남 곡성 주민들은 태풍으로 산사태 위험이 커지자 집을 떠나 지난 26일 임시 대피하는 소동을 치렀다. 강한 바람에 이날 오전 6시 40분께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건물 옥상 유리가 부서졌고, 오전 4시 56분께 노원구 상계동 버스정류장 인근에선 바람이 꺾인 가로수가 도로를 막아 소방 당국이 출동, 안전 조치를 취했다.
바비가 한반도 인근에 머무는 동안 뱃길 100여 곳이 막히고 500여 편이 넘는 하늘길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바비가 한반도에 근접한 지난 25일 자정부터 27일까지 제주엔 460㎜의 비를 쏟아부었다. 제주 외 다른 지역에선 많은 비를 내리지 않아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