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나며 원인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환기구가 감염 경로일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검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환기구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만일 환기구가 원인으로 드러날 경우, 카페 등에서 에어컨에 의해 감염되듯 안전하다고 여긴 집안에서 언제 어떻게 신종 코로나 환자가 될지 모를 일이다. 그야말로 방역의 믿음과 토대를 흔드는 큰 사안이다.
27일 서울 구로구에 따르면 구로1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이 아파트 5가구에서 8명이 신종 코로나에 확진됐다. 이들은 모두 같은 라인에 산다. 때문에 구로구는 환기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환기구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 중이다.
하지만 중대본은 환기구 감염 가능성은 아직 낮게 보고 있다. 권준욱 중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위층에서 먼저 환자가 발생했고, 다른 감염경로를 조사 중이어서 현재로서는 (환기구가 감염 경로일)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환기구를 타고 가는 공기가 아무래도 아래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겠냐는 뜻이다.
하지만 기온, 기압 등에 따라 공기 흐름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이 변수다. 권 부본부장은 “최근 스타벅스 커피점에서의 많은 환자 발생을 보더라도 일부 공기 흐름에 따라서는 신종 코로나 전파 우려가 있기 때문에 승강기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아파트 주민들끼리 서로 얼굴을 맞대는 거의 유일한 공간인 엘리베이터도 감염 경로 후보로 꼽힌다. 곽진 중대본 환자관리팀장은 “환기구와 엘리베이터에 대한 환경 검체 채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의정부 한 아파트의 같은 동 5개 가구에서 환자 9명이 나온 사례가 있지만 방역당국은 "아직 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밖에는 신종 코로나 국내 첫 발생 이후 신천지 교인이 집단 거주한 대구 달서구 아파트, 서울 성동구 주상복합 등지에서 집단감염이 나타났으나 환기구가 감염 경로로 확인된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