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찰기 압박에 中 '항모킬러' 미사일 맞불… 남중국해 '치킨게임' 격화

입력
2020.08.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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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U-2ㆍ코브라볼 정찰기 연쇄 투입
中, 격추위협 이어 '둥펑' 미사일 발사
남중국해 군사화 中기업 무더기 제재
체코 서열 2위 대만 방문... 中 흔들기


미국과 중국이 화약고 남중국해에서 '치킨게임'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중국의 동시다발 군사훈련에 미국이 정찰기를 투입해 압박하자 중국은 미국에 영점을 맞춘 중거리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다. 이에 미국은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관여한 중국 기업ㆍ개인을 제재했고, 필리핀ㆍ대만 등 주변국도 대중 봉쇄에 보조를 맞췄다. 중국은 대만 인근 동중국해로 훈련 장소를 더 넓혔다.


中, 항모 잡는 '둥펑' 미사일로 남중국해에 비수 꽂다

중국 로켓군은 26일 북서부 칭하이성에서 둥펑-26 미사일을, 동부 저장성 닝보에서 둥펑-21 미사일을 각각 발사했다.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 미사일은 서태평양을 거쳐 남중국해로 진입하려는 미군 함정을 차단하기 위한 무기다. 미국 입장에선 '항행의 자유' 작전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기도 하다. 둥펑-26은 괌 미군기지, 둥펑-21은 오키나와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이번 미사일은 하이난과 파라셀군도 사이 훈련해역에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세부 내용을 함구하는 사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발, 블룸버그 통신은 총 4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중국 텅쉰왕은 27일 "해안과 서부 내륙에서 대함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해 교차할 경우 미 항모가 온전히 방어할 수 없어 목표물 파괴에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둥펑-26은 미국이 지난해 탈퇴한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금지한 미사일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의 제한 없는 중거리미사일 개발을 트집 잡았다. 따라서 중국이 이달 초 둥펑-26 발사 장면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 남중국해로 실제 미사일을 쏜 것은 미국이 가장 껄끄러워 하는 전력을 투입해 대미 항전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美, 격추 위협에도 정찰기 연쇄 출격... 中은 동중국해서도 훈련

미국은 25일 U-2기가 중국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데 이어 26일에는 RC-135S(코브라볼) 정찰기를 남중국해 상공에 띄웠다. 중국이 "노골적인 도발"(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자 "사고를 유발할 것"(우첸 국방부 대변인)이라며 격추 위협까지 거론했지만 개의치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이 둥펑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감지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RC-135S는 주로 탄도미사일 궤적 추적 임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근접 정찰을 통한 미국의 도발이 지속되자 중국은 27일부터 나흘간 추가 훈련에 나섰다. 이번에는 장소를 대만과 가까운 동중국해로 잡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훈련구역을 또다시 무단침입할 경우 모든 책임은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최근 한달 새 남ㆍ동중국해, 서해, 보하이 등 주변 4개 해역에서 최소 22회 이상의 실사격 훈련을 진행하는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中,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가속… 美는 연루 기업 무더기 제재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2014년 이후 추가로 확보한 암초와 주변해역 면적은 약 12㎢에 달한다. 축구장 1,700개 넓이다. 중국은 특히 9개의 해상경계선을 연결한 U자 모양의 '9단선'을 그어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력을 배치했다. 자연히 필리핀ㆍ말레이시아ㆍ베트남 등과의 영유권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실제 테오도로 록신 주니어 필리핀 외교장관은 "중국이 우리 함정을 공격하면 미국에 전화를 걸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26일(현지시간) 남중국해를 전초기지로 만드는데 관여한 중국교통건설 등 24곳의 중국 기업과 개인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들 기업에는 미국 제품과 기술 판매가 제한되고, 개인과 그 가족은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대만도 '중국 흔들기'에 가세했다. 체코 권력서열 2위인 밀로스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90여명의 정ㆍ재계 대표단을 이끌고 30일 대만을 방문한다. 미 정부가 1979년 단교 이후 최고위급인 보건장관을 지난 9일 보낸 데 이어 대만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잇단 호재다. 양리셴(楊立憲) 중국 대만연구회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에 "체코가 중국이 아닌 대만을 선택한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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