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솟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차츰 진정세를 굳혀가고 있다. "큰 대책 발표 후 4~8주는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앞선 정부의 주장과 어느정도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3040세대 중심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전셋값도 계속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7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지난주 상승률(0.02%)보다 0.01%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초고가아파트가 밀집한 서초구와 송파구는 이달 10일 이후 3주 연속 보합세다.
매매가격은 거래량 감소 속에 둔화되고 있다. 부동산 세제를 강화한 '부동산 3법'이 지난 12일부터 시행된데다, 이달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치며 거래가 움츠러 들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는 보유세 부담과 상승 피로감 등으로 매수세가 크게 감소했다"며 "일부 고가 아파트단지에서는 급매물이 출현해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는 '기대'와도 부합하는 흐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4일 국회 답변에서 "통계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세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큰 정책 발표 후 4주에서 8주 정도가 지나야 효과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5일 최근 집값 하락세를 염두에 둔 듯 "법인이 내놓는 매물을 비싼 값에 30대가 '영끌(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방식)'해서 샀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아파트값 상위 20%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이달 4.37배로, 전년 동월(4.62배)보다 0.25배 낮아졌다. 이 기간 상위 20%는 12.9% 오른 반면, 하위 20%의 경우 19.5%로 더 많이 오른 영향이다. 최근 1년 사이 5분위 배율이 하락한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서울의 전셋값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0.12%)보다 0.01%포인트 낮아진 0.11% 상승률을 기록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새 임대차법과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면서 역세권이나 교육환경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