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배터리 특허를 둘러싼 SK이노베이션과의 국내 소송 첫 판결에서 승소했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SK이노의 조기 패소 판결을 끌어낸 데 이어, 국내 법원에서도 승소하면서 양사 간 배터리 특허소송 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3(부장판사 이진화 이태웅 박태일)는 27일 SK이노가 LG화학을 상대로 낸 ‘특허침해 관련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소송’ 1심 재판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원고들의 소송 취하 청구는 법리적으로 보호할 이익이 없다”며 “SK이노와 LG화학 사이에 2014년 합의한 내용에 미국 특허에 대해 제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와 관련 현재 ITC에서도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2건을 놓고 다투고 있다. 하나는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에서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ITC에 제소한 건이다. 또 다른 사안은 이후 SK이노가 지난해 9월 ITC에 LG화학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LG화학도 같은 달 특허 침해로 맞소송 한 건이다.
SK이노가 이번에 국내 법원에서 문제 삼은 건 지난해 9월 LG화학이 특허 침해로 SK이노에 맞소송 한 부분이다. SK이노는 양사가 지난 2014년 분리막 특허에 대해 ‘국내ㆍ외에서 더는 쟁송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는데도 LG화학이 ITC에 맞소송을 제기해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LG화학은 ITC 특허 침해 소송과 국내 법원에서의 소송 대상인 특허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LG화학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내 법원의 이번 판결로 SK이노의 제소가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닌 지난해 LG화학한테서 ITC에 제소당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국면전환용이었던 게 드러났다”며 “다른 법적 분쟁에서도 SK이노 측 주장의 신뢰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SK이노는 이날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국내 법원의 판결은 ITC에서 진행 중인 LG화학에 대한 SK이노의 영업침해 건과는 무관하다. 앞서 ITC는 영업침해 여부와 관련해 SK이노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며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ITC는 10월 5일 이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인데, 조기 패소 결정을 내린 판결을 그대로 인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 법원 판결은 SK이노와 ITC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 침해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LG화학의 주장이 전부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는 LG화학과의 합의금 협상에서 더욱 열세에 몰리는 처지가 됐다. SK이노는 lTC가 영업침해 여부와 관련해 조기 패소 판결을 내린 이후, LG화학과 합의금 협의를 시작했다. ITC의 최종판결 전에 LG화학에 대한 합의금 지급을 통해 이번 분쟁을 해결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LG화학은 합의금으로 수조원을, SK이노는 수백억원 규모를 제시해 액수 차이가 너무 커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가 국내 법원 판결에서 승소만 했어도 합의금 협상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패소하면서 LG화학이 요구하는 합의금을 어느 정도 맞춰줄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