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새마을중앙시장 가 보니...경기침체에 코로나19 여파로 경제는 벼랑끝

입력
2020.09.01 17:30
노점상 "만 원어치도 못 파는 날 부지기수"
"임대료 내려달라" 하소연
3ㆍ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 48에 불과



“장사 30년 동안 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입니다. 하루 만 원어치도 팔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지난달 26일 경북 구미시 원평동 구미새마을중앙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임재춘(88) 할머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30년째 시장에서 풀빵과 식혜를 팔고 있는 임 할머니는 5일장날인데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옆 노점은 아예 판매대를 접었다. 임 할머니는 “하루 빨리 구미에 큰 공장이 들어와 예전처럼 젊은이들 일자리가 많아지고 구미경제도 살아나야 한다”며 구미 걱정부터 먼저 했다.



구미 경제가 수도권 규제 완화, 대기업 해외 이전, 글로벌 경제위기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구미 경기의 척도가 되는 구미새마을중앙시장 상황이 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서 12년째 과일 장사를 하는 이승예(57)씨는 임대료 낼 걱정에 앞이 캄캄하다. 이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평균 70~80명 정도 오던 손님이 10명 안팎으로 확 줄었다”며 “지금까지는 억지로 버텼지만 이제는 임대료를 내려달라고 하소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635개의 점포 중 540개가 임차, 102개가 노점상이다. 대부분 점포는 소유주인 구미시에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개인 임차점포의 임대료는 월 30만~100만원에 이른다.

장용웅 구미새마을중앙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지난 5월 이 시장 상인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철저한 소독으로 방역에 앞장서고 있지만 경기가 너무 나쁘다"며 "시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종 경제지표도 구미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통계청의 시군별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별ㆍ광역시를 제외한 77개 시 가운데 구미시는 경기 오산시와 함께 실업률이 5.4%로 가장 높았다.

구미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 3ㆍ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8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1ㆍ4분기 43 이후 가장 낮게 나타났다. 구미공단은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4ㆍ4분기(84), 1998년 1ㆍ4분기(85)에도 지금보다 BSI 전망치가 높았다.

특히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전국 국가산단 산업동향 통계에서도 구미공단은 50인 미만 중소기업 가동률이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2015년 10만 명이 넘었던 구미산업단지 근로자 수도 지난 6월 기준 8만2,980명으로 8만명 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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