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하던 기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돼 국회에 비상이 걸렸다. 국회사무처는 27일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소통관을 폐쇄하기로 했다. 본청 폐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2월 이후 두 번째다. 회의에 참석했던 민주당 지도부가 직간접 접촉자로 분류됨에 따라, 민주당은 물론 미래통합당 등 주요 정당들도 27일 예정된 당내 회의를 모두 취소했고, 각 상임위 회의도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29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와 다음달 1일 진행하기로 했던 정기국회 개원식도 일부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사무처와 민주당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기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이날 밤 늦게 해당 기자가 다녀간 본청을 폐쇄한 후 방역 작업에 들어갔다. 또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주재로 긴급하게 국회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소통관을 일단 하루 동안 폐쇄하기로 했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는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기자실만 출입했지만, 해당 기자와 접촉한 의원이나 보좌진, 기자들과의 동선을 고려해 의원회관과 소통관까지 폐쇄한 것이다.
민주당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회의에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해 14명의 의원과 18명의 당직자 등을 비롯해 당 관계자 다수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자의 확진 판정 소식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27일 오전 예정된 회의를 취소했다. 민주당은 "27일 오전에 역학조사관이 나와 해당 회의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검사 대상자를 판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당 대표실 관계자는 "밀접접촉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서 간접접촉자 등을 중심으로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확진자 판정 소식에 앞서 "금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 및 당직자들은 확진자와 접촉한 기자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이날 밤 예정된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비공개 고별 만찬도 취소했다.
민주당은 29일 예정된 전당대회와 관련해 연기 가능성은 일단 없다는 입장이다.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이날 "전대 연기 가능성은 없다"며 "이해찬 대표 등의 인사말도 영상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확진자와 간접접촉으로 음성 판정을 받고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국민의당도 27일 오전에 예정했던 내부 회의를 모두 취소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취소에 이어 다음주 예정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 일정도 상황에 맞춰 다시 일정을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다음달 1일 예정된 정기국회 개원식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이날 오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는 회동을 갖고 정기국회 개원식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가 회의의 경우,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50인 제한 여부와 상관 없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당국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국무위원과 헌법기관장 등의 참석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상황이 악화돼 개원식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정기국회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된 게 없다"며 "(개원식과 관련해서는) 방역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