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10억 유언장' 소송서 동생들에 졌다

입력
2020.08.26 21:09
모친, 유언장에 "둘째와 셋째에 10억 모두 상속"
정 부회장 "고인 필체와 다르고, 인지 상태 의심"
재판부 "의협 촉탁 결과, 고인 정신 명료했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억대 유산을 동생들에게만 물려준다는 모친의 유언장 효력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패소했다. 정 부회장 측은 “(어머니가) 정상적인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언증서가 작성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전문가 감정 결과 ‘의식 상태가 명료했다’면서 해당 자필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민성철)는 정 부회장의 동생들이 “어머니의 유언에 효력이 있음을 확인해 달라"며 정 부회장과 부친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정 부회장에게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한 명씩 있다.

정 부회장의 모친이자 종로학원 설립자인 조모씨는 2018년 3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일부 대지와 예금자산 등 약 10억원 전액을 딸과 둘째 아들에게 상속한다’고 자필 유언장을 작성했다. 조씨는 이듬해 2월 별세했다.

이후 정 부회장 남동생의 신청으로 서울가정법원이 실시한 유언증서 검인에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유언증서의 효력을 문제 삼았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유언증서 필체가 평소 고인의 것과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고인이 정상적 인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반드시 법원의 검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법원은 정 부회장의 두 동생이 조씨 유언의 효력을 확인해 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먼저 "필적감정 결과와 변론 취지에 따르면 유언증서에 적힌 필체와 평소 망인의 필체가 동일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모친) 조씨가 유언증서 작성 당시 의사능력이 희박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대한의사협회 촉탁 결과 유언장 작성 당시 의식상태가 명료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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