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답한다면 추가 자금지원을 통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최종 제안을 던졌다.
산업은행은 26일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 의견을 나눴다”며 “이후 일정은 현산 측의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동은 지난 20일 이 회장이 정 회장에게 만남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사람이 아시아나 인수 문제로 만난 건 세 번째로, 이 회장은 지난주 본보 인터뷰에서 "매각 일정을 담판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만남 후 산은 측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했다”고 밝힌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환경을 고려해 인수 조건 변경을 요구한 현산 측 주장을 산은이 일부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현산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하는 등 총 2조5,000억원을 인수대금으로 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날 회동에서 산은이 현산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제안했을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산은은 "구체적인 액수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산은이 기존에 아시아나에 지원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추가로 수천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채권단은 당초 아시아나 매각이 마무리되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예정이었던 만큼 결과적으로 산은이 1조원 이상을 현산과 ‘공동 투자’하는 셈이 된다.
이제 공은 정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날 정 회장은 이 회장의 제안에 즉답하지 않았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본보 인터뷰에서 “매각 결정을 더 끌 여유가 없다”고 강조한 만큼, 만약 현산이 이번 제안을 거부한다면 아시아나 매각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고, 채권단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호산업과 현산은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문제를 두고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