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간부급 이하 인사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 정년을 맞아 퇴임하는 검사가 나왔다. 승진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변호사 개업을 위해서 ‘조기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 검찰 조직에서 이처럼 정년까지 근무하는 검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검에 재직 중인 최영권(64ㆍ사법연수원 14기)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의 글을 게시했다. 최 검사는 “정년을 맞아 퇴직하게 됐다”면서 “부족한 제가 정년까지 마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와주신 검찰 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날들은 제가 이 세상에 불려 나온 소명이 과연 있는 것인지를 찾기 위한 저 나름의 여정으로 채워 나가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청법상 검사 정년은 검찰총장이 65세, 그 이외의 검사는 63세다. 윤석열(60ㆍ23기)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9년 선배인 최 검사는 이날 생일을 맞이해 만 64세가 됐다. 인천지검 공판송무부장, 대전지검 형사1부장 등을 지낸 뒤, 줄곧 전국의 각 고등검찰청 검사로 일해 왔다.
검찰 조직에서 정년 퇴직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2020년 7월 검사 퇴직 현황 자료를 보면, 이 기간 퇴임한 검사 372명 중 정년 퇴직은 6명뿐이었다. 그러나 법조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차장검사ㆍ검사장 등 승진 대상에서 누락되더라도 옷을 벗지 않는 검사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사의를 밝힌 김남우(51ㆍ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이날 이프로스에 짤막한 인사말을 남겼다. 김 차장검사는 “때가 된 것 같아 이제 검사의 직을 내려놓고자 한다”면서 “어떤 역경에서도 대한민국 검찰의 소명과 가치를 지켜 나가시길 소망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