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 믿고 산 망사 마스크, 비말 아닌 '먼지 차단' 시험이었다?

입력
2020.08.26 19:14
먼지 차단 기능으로 '비말 차단' 홍보하기도
각종 성적서에 현혹 말아야…액체저항성 시험 중요

"더워서 쓴 건데… 비말차단 되는 줄 알았죠!"

망사마스크가 때 아닌 논란입니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망사마스크를 착용했다가 "효과도 없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비판을 받으면서 망사마스크가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얼마 전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이 방역 사령탑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앞에서 망사마스크를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그보다 앞서 망사마스크를 착용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덩달아 비판을 받아야만 했어요.

장마가 끝난 후 폭염이 절정에 달하면서 통기성이 좋은 망사마스크나 나노마스크 등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는데요. 조금 비싸더라도 비말이 차단되면서 보건용 마스크나 비말차단용 마스크보다 시원한 마스크를 찾았던 소비자들은 배신감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망사마스크, 나노마스크 등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얼마 전에 샀는데 비말차단이 안된다니 환불해달라"는 환불 요청 글이 연달아 올라오고 있어요.

시험성적서가 있어도 효과가 없는 건가요?

업체가 말하는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일부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여러 종류의 시험 성적서를 공개해 둔 곳들도 있는데요. 분진포집효율, 항균, 공기투과도 시험 등이 대표적이에요. 실제로 어느 판매자는 "분진포집효율 성적서를 보유한 제품으로 통기성이 좋아 여름용 마스크로 적합하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비말 차단 기능이 있다"고 광고하기도 합니다.

여러 시험을 통과했다고 하니, 왠지 믿음이 간다고요? 각종 성적들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이 된다거나 비말이 차단된다고 오해하는 소비자들도 있어요.

자, 분진포집효율이 98%여서 KF94 마스크 수준으로 유해입자를 걸러주는 나노마스크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참고로 KF94 마스크의 분진포집효율은 0.4~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에서 94%이상이죠. 여기에 번듯한 시험 성적서와 문서 확인 번호까지 공개했다면 이 나노마스크가 KF94 마스크 수준으로 비말을 차단해준다고 철썩같이 믿는 소비자들도 있겠죠?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분진포집효율은 쉽게 말해 먼지를 얼마나 잘 걸러주는지 보여줍니다. 코로나19에 가장 중요한 비말차단과는 관련이 없다는 거죠. 마스크 업계에 따르면 비말을 차단할 수 있으려면 흔히 말하는 방수기능 필요한데요. 분진포집효율 성적서만 제시하면서 비말차단 기능이 있다고 홍보하는 것은 만점짜리 영어 시험지를 보여주면서 수학을 잘 한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한 마스크업체 관계자는 "비말차단 효과가 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액체투과성(액체저항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며 "먼지는 걸러주는 것과 액체를 막아주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망사마스크에 필터를 끼면 괜찮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말차단 성능이 있다고 볼 순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썩 권장하지는 않고 있어요. 그 이유는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보겠습니다.

한창 보건용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었을 때 정부에서 필터교체형 천마스크(면마스크)를 권장한 적이 있기는 해요. 식약처에서 필터교체형 천마스크를 홍보하기 위해 '힘내라 대한민국'이라고 적힌 마스크를 소량 특별제작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착용하고 나오기도 했어요. 식약처는 4월 필터교체형 마스크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교체용 필터에 대한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시험 방법을 정하기도 했죠.

식약처가 제시한 기준을 충족한 필터라면 비말차단 기능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액체저항성 시험을 거치도록 했거든요. 이미 구매한 망사마스크를 버리기 아깝다면 궁여지책으로 필터를 사서 낄 수도 있겠죠.

그러나 식약처는 필터의 품질기준이 천마스크 사용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원래 목적에 맞게 천마스크에 사용하는 걸 권장하고 있어요. 필터 성능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나노마스크, 망사마스크 등은 마스크 재질의 안전성이 확보된 게 아니어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입니다.

대체 어떤 마스크를 어떻게 써야 올바른 건가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외품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KF80, KF94 등의 보건용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 등이 바로 의약외품 마스크에요.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보건용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을 땐 필터교체형 천마스크 등을 권장하긴 했다"면서도 "마스크 수급이 원활한 만큼 가급적 의약외품 마스크를 써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의약외품 마스크라도 '턱스크족'이라면 아무 소용없겠죠? 숨을 편하게 쉬기 위해 입만 가리고 코를 내놓는 것 역시 감염원으로부터 나는 물론 타인도 보호할 수 없어요. 입을 막으면 침이 안 튈 텐데 왜 안 되냐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비말은 입뿐만 아니라 코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틈이 없도록 입과 코를 모두 잘 막아줘야 합니다. 식당, 급식소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투명마스크(입가리개)가 비말 확산을 막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에요.

마스크가 오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최근 줄에 마스크를 걸어 목걸이처럼 사용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마스크의 안쪽 면이 오염될 우려가 있는 만큼 안쪽 면이 바깥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어요. 또 감염 우려가 있는 '3밀(밀폐ㆍ밀집ㆍ밀접) 시설'에서 사용한 마스크는 재사용하지 말고 바로 버리는 것이 바람직해요.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습니다. 날씨까지 더워지면서 마스크를 쓰기 답답해하는 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을 텐데요. 답답하더라도 나와 타인을 위해 인내심을 조금만 더 발휘해보면 어떨까요?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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