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하자 핑계로 대금 안 준 현대중공업… 공정위 "대금+이자 지급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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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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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에 “하도급 업체에 대금과 이자를 지불하라”는 지급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그 동안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여러 차례 적발해 총 2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내라고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26일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하도급 업체 A사에 지급하지 않은 대금 2억6,000만원과 지연이자(약 2억원) 등 약 4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1년 6~8월 A사로부터 에콰도르 하라미호 화력발전소에 쓰일 엔진 실린더헤드를 납품 받았다. 이후 2014년 10~12월 사이 납품 받은 실린더헤드에서 하자가 발생했고, 현대중공업은 A사에 “하자가 생겼으니 대체품을 무상으로 공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사는 “이미 하자 보증기간이 지났고 하자 책임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상공급을 거부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하자 원인을 규명한 뒤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A사는 2015년 1~2월 실린더헤드 108개를 납품했다. A사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소송에 나섰다.

공정위는 소송과 별개로 자체 조사를 통해 지급명령을 결정했다. 원금과 비교해 이자가 많은 것은 법정 지급 기일 이후에 지급한 하도급 대금에 대한 지연이자율이 연 15.5%로 높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조사를 지속해 오면서 지난해 12월에는 과징금 208억원을, 지난달에는 기술유용과 관련해 과징금 약 1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미지급 대금이 과징금 부과 기준(위반 금액 3억원 이상)에 미치지 못해 과징금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장혜림 공정위 제도하도급개선과장은 “이번 사례처럼 미지급 금액이 확정돼 지급 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이라면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하도급 업체 입장에서 실효성 있고 신속한 구제 방안이 지급명령”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대금 지급 책임 여부와 관련해 민사 소송이 진행중임에도 법원 판단 전 공정위 처분이 먼저 이뤄진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의신청 등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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