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이란 제재 복원 거부... 체면만 구긴 美

입력
2020.08.26 16:30
순회의장국 인니 "이사국 대부분 거부"
차기 의장국 니제르도 반대 의사 표명
미국 "안보리 테러지원국 손잡아" 반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미국이 요구한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 이른바 ‘스냅백’ 논의를 거부했다. 차기 안보리 의장국마저 미국의 제안에 반대하고 있어 유엔 차원의 스냅백 재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문제에 줄곧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의 외교적 패배가 계속되고 있다.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디안 트리안샤 드자이 유엔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는 25일(현지시간) “안보리 이사국 대부분이 이란 제재 복원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추가 행동을 취할 수 없다”며 사실상 미국의 스냅백 요구를 거절했다. 안보리 순회의장국은 내달 니제르로 바뀌지만 니제르 역시 미국의 조치에 반대하는 서한을 안보리에 제출한 상태라 9월에도 협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날 트위터에 안보리 회원국들이 세계 최대 테러지원국의 손을 잡아 줬다면서 “안보리에 용기와 도덕적 명확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유엔 주재 미 대표부도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제재 복원을 개시할 확실한 법적 근거가 있다”며 “몇몇 회원국이 비공식 회의에서 우리의 법적 지위에 이견을 표한 사실은 어떤 효력도 갖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반대로 이란은 안보리 결정을 환영하며 미국을 거듭 비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자행한 반(反)이란 선전 활동에도 불구하고 안보리에서 (스냅백)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우방국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엔이나 국제사회의 대부분 국가는 미국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앞서 14일 이란에 대한 무기한 무기금수 조치 연장을 제안한 미국 측 결의안을 찬성 2표, 반대 2표, 기권 11표로 부결 처리한 바 있다. 미국은 이에 반발해 안보리에 대이란 스냅백을 공식 요청했지만 이사국들은 미국이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에서 탈퇴한 점을 들어 요구 자격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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