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16개 시도교육감은 공개하는데… 광주시교육청은 깜깜이

입력
2020.08.26 11:38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공정 사용' 촉구


광주시교육청의 기관운영 업무추진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교육청이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는 등 업무추진비를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어서다. 업무추진비는 대외활동과 부서 회식, 외부 접대 등에 사용되는 돈이다.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중 16개 교육감들은 업무추진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와 행정정보 공개 확대를 위해 사용처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무슨 이유인지 2016년 12월부터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6일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이 업무추진비 집행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건 2014년 4월. 당시 시교육청은 업무추진비의 사용 목적과 사용일자, 사용구분, 금액, 집행 대상, 사용처, 사용처 전화번호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2016년 12월부터 사용처와 사용소재지, 사용시간, 집행 대상 등을 공개 목록에서 슬그머니 뺐다. 실제 시교육청이 최근 1년간(지난해 8월~올해 7월) 사용한 업무추진비 관련 자료를 보면, 사용일자와 사용 수단, 집행 내역, 금액, 집행인원 등은 공개됐지만 일부 정보를 미공개하거나 고의적으로 감추고 있었다. 시민모임 측은 "일부 자료는 사용시간 등이 기재되어 있으나 엑셀 프로그램의 '숨기기' 기능을 통해 정보를 감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부서별 회식비와 행사 뒷풀이에 사용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1년간 교육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한 달에 600여만원에서 최고 1,800여만원까지 집행됐는데 사용처가 공개된 자료엔 대부분 식당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4월~2016년 12월 시교육감이 사용처를 공개한 업무추진비 2억7,470여만원 중 무려 1억7,123만여원을 식비로 썼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이용한 식당은 고급 일식집(62건 1,586만원)으로 1명에 2만6,759만원을 썼다. 일선 학교의 경우 교직원 매식비를 1명에 8,000원 이내에 사용하도록 제한하면서, 교육청 업무추진비에서 식비를 지출할 때는 2만원이 훌쩍 넘기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인 데다 대부분 고가의 식당을 이용한다는 것도 국민정서와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1년간 교육감 업무추진비 사용목적도 부서별 회식비로 추정되는 '격려 및 직원 사기 진작(28.4%)'이 가장 많았고, 각종 행사 뒷풀이로 보이는 '정책회의(26.8%), '직무수행 통상경비(17.7%) 순으로 공직자 위주의 사용이 많았다. 이는 교육계의 보수적인 회식문화와 서열주의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모임 측은 이를 두고 "교육활동 지원과 교육 소외 계층 학생에 대한 격려라는 업무추진비 조성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은 부실하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시민모임은 2018년 8월 장휘국 교육감 등이 당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회 임원들과 음식점에서 만나 식사 등 금품을 제공하면서 이 비용을 '함께하는 수업코칭'이라는 명목으로 허위 지출했다고 꼬집었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관계자는 "업무추진비가 기관장과 부서장 등 공직자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예산집행과 업무추진비에 대한 명확확한 규정 마련, 상시적인 지도점검, 사용내역 공개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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