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집회 참석자들은) 상대할 필요 없이 무시하면 된다.”(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극우와 통합당은 다르다.”(주호영 원내대표)
미래통합당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태극기 부대가 대표하는 ‘아스팔트 우파’ ‘극우 보수’와 선명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왜 지금일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호남ㆍ중도를 향한 통합당의 구애 등이 맞물려 통합당 지지율은 이달 초까지 잠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극우 단체들의 광복절 집회 참석으로 이내 기세가 꺾였다.
통합당은 극우 보수의 '마이너스의 힘'을 여실히 확인했다. '극우 보수와 결별하지 않으면 집권은 없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통합당은 '태극기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터다.
통합당에 '극우'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마다 중도층은 돌아섰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직후인 2017년 3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지지율은 6%로 곤두박질 했다.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한 채 치른 지난 대선 때도 한국당은 '중도가 기피하는 정당'이었다. 대선 직전인 같은 해 5월 1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당은 중도층으로부터 11%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극우와 작별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극우 단체들이 여권의 패스트트랙 독주에 항의하며 국회에 난입했을 때, 황교안 당시 통합당 대표는 “자유가 이겼다”며 이들과 한 목소리를 냈다. 국회 난입 사태 직전(12월2주차) 16%였던 통합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이듬해 한달 만인 올해1월 2주차 조사에서 13%로 더 떨어졌다.
결과는 통합당의 21대 총선 참패였다. 총선 직전(4월3주차) 같은 조사에서 통합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19%로, 민주당(35%)의 반토막이었다. 총선이 '통합당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승부'였던 셈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보수 세력에 '부채'가 없다. 극우 보수와 '깔끔한 이별'을 할 적임자다. 김 위원장 등장 전에 통합당이 미적거린 건, '집토끼'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였다. 여론조사상 극우 보수는 3~5%안팎에 그치지만, 결집력과 전투력은 그 이상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궤멸'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목소리 큰 3%'를 포기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통합당은 보수 정당이다. 박 전 대통령이라는 유일무이한 '지도자'를 잃은 이후론 '어떤 보수'를 지향하느냐를 놓고 방황 중이다. '극우 보수는 우리 정체성이 아니다'고 결단할 주체가 없었다는 얘기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통합당은 그간 강성 보수와 온건 보수, 개혁 보수에 대한 개념도 정립하지 못한 채 정치를 해 왔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야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늦은 결별'이지만 지금이 통합당이 극우와 결별할 최적의 타이밍이자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대선 승리 발판을 닦으려면 '서울의 중도층'을 돌려 세우는 게 필수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보수가 가장 강했던 때는 과거 한나라당 시절 소장 개혁파가 당의 주축을 이룰 때였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