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모범형사'가 전파한 모범적 영향력의 의미

입력
2020.08.26 10:03


은폐된 진실을 향해 뜨겁게 질주해온 '모범형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7.5%, 수도권 8.5%를 기록하며 5주 연속 월화극 1위로 종영, 유종의 미를 거뒀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지난 25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최종회에서 5년 전 살인 사건의 모든 진실이 밝혀졌다. 유정석(지승현)은 조성기와 장진수 모두 살해했다고 알고 있었지만, 사실 장진수를 죽인 진범은 남국현(양현민)이었다.

유정석이 현장을 떠난 뒤 쓰러져 있는 장진수를 발견했지만,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 유정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종태(오정세)는 살인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그놈 잡아야 진짜 끝난다"라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장승조), 그리고 진서경(이엘리야)이 밝혀낸 진실이었다.

이대철의 억울한 죽음은 세상에 알려졌고, 강도창과 이은혜(이하은)는 각자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강은희(백은혜)는 이혼 전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들을 되찾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보듬기로 한 이들은 핏줄을 넘어선 진짜 가족이 됐다.

절도죄로 들어온 범인이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란 것을 직감한 오지혁은 마침내 그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진서경과는 서로를 향해 미소 지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강력2팀은 앞으로도 '나쁜놈' 앞에서 '쉬운 길' 아닌, '옳은 길' 향해 나아갈 것이라 다짐, 기대되는 엔딩을 선사했다. 지난 8주간 진실을 향해 뜨겁게 질주한 '모범형사'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첫 방송 후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월화드라마 1위의 자리를 단단히 지킨 '모범형사'. 모든 것이 가능한 영웅이 등장하진 않았지만,평범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연대하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입소문을 만들어냈다.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스릴러의 긴장감과 휴먼드라마적인 따뜻함을 동시에 끌어안은 최진원 작가의 대본과 이를 섬세하면서도 깊이있게 담아낸 조남국 감독의 연출의 조화는 새로운 '웰메이드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특히, 1시간을 순삭하는 쫄깃한 전개와 다음 회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 반전 엔딩은 매주 월, 화 밤 시청자들을 안방 1열에 자리 잡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또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으로 캐스팅부터 화제를 모았던 '모범형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배우들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이어졌다.

진실을 좇아 '모범'으로 변화를 맞는 과정을 진정성있게 그린 강도창 역의 손현주, 럭셔리 엘리트 형사란 매력적인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오지혁 역의 장승조, '팩트'로 존재감을 드러낸 진서경 역의 이엘리야, 원초적 본능에 따른 악행으로 매 순간 긴장감을 자아낸 오종태 역의 오정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살인 과거'라는 반전을 탄생시킨 유정석 역의 지승현을 비롯해, 탄탄한 연기로 극을 빈틈없이 채워줬던 모든 배우들은 매 순간을 명장면으로 만들었다.

특히 극이 전개될수록 최고조에 다다른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매회 감탄과 호평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라고 너무 큰 잣대를 들이밀지 마라. 우리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니까"라며 후배 형사를 다독이던 우봉식(조희봉) 팀장. 그의 말대로 형사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들로 인해 생겨난 엉뚱한 피해자들의 지독한 현실도 목도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되레 진실을 은폐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전혀 모범적이지 않았던 강도창은 과오를 인정하고 이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또한, "범인 잡는 일, 그게 내 할 일"이라며 형사로서의 소명에 충실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모범적 영향력은 주변 사람들의 '모범'적인 변화를 이끌어냈고, 그렇게 변화한 사람들은 또 다른 모범적인 힘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더욱 빛을 발했던 강도창의 소신은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었다.

진주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