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앞서가는 게 온당한가”(이낙연 의원ㆍ7월 30일 언론인터뷰)
“정책 결정과정에는 도민 대표로 치열하게 논쟁하겠다"(이재명 경기지사ㆍ8월 25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경쟁 중인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정치적 스타일은 정반대다.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8ㆍ29 전당대회 직후 '말을 아끼자'는 이 의원과 '할말은 하겠다'는 이 지사의 대권경쟁이 본격 점화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26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쪽의 지지율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차기 지도자 면모를 보이려는 두 주자 간 파워게임이 달아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양 측은 ‘선별지급’(이낙연)과 ‘전체지급’(이재명)으로 엇갈린 의견을 냈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두고도 이 지사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의원은 “벌써 왈가왈부하는 것이 현명한가”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은 당정청의 기류에 민감하고, 현직 지사인 이 의원은 현장 민심을 읽는데 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선명성 경쟁을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정치 일정이나 지지율 추세 등 외부 여건도 경쟁을 더욱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어대낙'(어차피 당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상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는 이 지사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의 25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 이 지사는 24%, 이 의원은 22%를 얻었다. 올해 초 한자리수 지지율에서 급상승한 이 지사와 비교해 대세론까지 회자됐던 이 의원 입장에서는 주도권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다.
두 인사의 확연하게 다른 정치 스타일도 경쟁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은 ‘신중함과 무게’를 미덕으로 한다. 25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 의원은 “옳은 말이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거스르는 일을 삼가는 정치 감각과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무총리 시절 장관의 돌출 발언이나 설익은 의견 표명에 불호령을 내려 ‘군기반장’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이런 이 의원의 리더십과 비교해 저돌적 정책 추진과 화끈한 발언을 주무기로 하는 이 지사는 당 지도부와 차별화를 이뤄내야만 대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25일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당이 결정하면 당원으로서 당연히 따를 것”이라면서도 “1,370만 경기도정을 책임진 행정관으로서 경기도정에 영향을 미치는 집권여당 민주당의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또 말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지사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경우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의 스타일상 이 의원이 대표에 오르더라도 각종 현안을 둘러싼 의견 차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선주자간 경쟁이 조기점화될 경우 가져올 손실을 고려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의원은 당 대표로 국정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하고, 이 지사도 당 지도부를 흔드는 모습을 피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는 가벼운 ‘잽’만 날리다가, 이 의원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전면전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당분간 전략적 휴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