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덕 목사 "사회가 교회 걱정하는 상황…부끄럽다"

입력
2020.08.26 13:00
23면
"대면 예배 금지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 보란 뜻"
교회발 재확산·현장예배 논란 중 방역수칙 해석 주목
"특정 목회자·교회 중심 아닌 '생활 신앙' 추구해야"

"대면 예배 금지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뜻입니다."

"집합 금지는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 자랑 말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란 뜻입니다."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독교계가 지탄받는 상황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한 목사의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해 큰 화제가 됐죠.

'코로나 감염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이 글은 핵심 방역 수칙을 신앙적 관점에서 풀어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문 대통령 또한 이 글의 취지에 공감, 공유를 통해 교계에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글을 쓴 안중덕 부산 샘터교회 목사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죠. 25일 전화로 안 목사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文대통령 공유에 "이름없는 목사의 소박한 글인데…세심한 성품에 놀라"

-'코로나 감염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교회발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일부 방역당국 지침에 반발하는 여러 상황을 보면서 안타깝고, 속상해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데 잘 잡히지도 않았죠. 그러다 '내가 이렇다면 교인들도 어떤 것이 옳은지 혼란스럽겠구나' 생각이 들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평소 메모해뒀던 것을 정리했고, 주일이었던 23일 온라인 예배 설교 말미에 담았죠. 참 힘들고 어렵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성찰하며 이 시간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섰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문 대통령이 SNS에 공유하면서 큰 화제가 됐어요.

"제가 봐도 좀 괜찮아 보여서 그림파일로 만들어 SNS에 올렸는데요. 하하.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날 아침 지인이 '대통령이 공유했다'고 댓글단 것을 보고 알았어요.

첫째로 사소한 것도 살피는 대통령의 세심한 성품에 놀랐고, 둘째로 (저 같은) 무명 목사의 소박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저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 시대를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한 것일 뿐인데 좋게 봐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고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대한 해석이 돋보입니다. 배경이 된 철학이 있을까요.

"어떤 일에든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단순한 질병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일로 인해 생태계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하고 자연이 회복된 측면이 보고되기도 하는데요.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한계도 많이 생각했고요. 이런 상황에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가를 들여다 보다, 예방 수칙 하나하나에도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싶었죠."

일부 교회에 "낮아져야 하는데 힘자랑…죄송하고 부끄러워"

-코로나19가 일부 교회 활동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기독교계가 지탄받는 현실에 심경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교회가 사회를 정화하고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하는데 지금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어쩌면 이런 위기가 교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요.

"고난받는 사회적 약자를 더 돌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럴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교회에 힘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거만해진 것이 아닌가. 규모가 성장할 수록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하는데 교회를 등에 업고 권력을 욕심내는 부류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부산 남구에서 20년째 샘터교회를 이끌고 있는 안 목사는 교회가 사회와 분리돼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는데요.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니라 사회를 위한 교회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사회적 목회'라 지칭했죠. 그는 독일 유학을 통해 느낀 것을 바탕으로 도서관·문화교육원을 세우고 지역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펼치려 노력해왔다고 하는데요. 사회적 책임과 함께 또 하나 강조한 것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특정 목회자·교회 의존보단 '생활 신앙' 추구해야"

-코로나19로 목회와 신앙 활동에도 어려움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국민들이나 성도들이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일을 해야 했기에 심리적·물리적 충격이 있었다고 봅니다. 샘터교회는 제가 시작부터 '생활 신앙'을 전파해왔는데요. 목회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교회 중심적으로 신앙 생활을 하기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믿음을 실현하는 겁니다. 목회자 한 사람에 좌지우지되는 교회는 성장은 빠를 수 있지만 성도들이 그 곳을 벗어나면 무기력해지곤 하죠. 생활신앙을 한 마디로 하자면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지난 주일부터 2주간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는데요. SNS 생중계로 설교를 하고, 헌금은 계좌이체로 하도록 했죠. 올 봄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을 보고 소모임도, 식사자리도 갖지 않았습니다. 교인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자율적으로 잘 참아내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평소 생활 신앙이 훈련됐기 때문에 대면 예배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부산시가 대면 예배와 소모임 등을 금지하는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리자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는 22일 '종교·집회 탄압'이라며 현장 예배 강행을 결정했습니다. 이와 달리 안 목사는 즉시 2주 동안 비대면 예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신도들에게 알렸는데요. 왜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를 놓지 못 하는 걸까요.

부기총 '현장 예배' 결정에 "의견 수렴도 없어…대면 예배 고집 말아야"

-샘터교회는 부기총 결정과 달리 즉시 비대면 예배를 결정했어요.

"저희는 공문을 받지는 못 했는데요. 일단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 분열돼있어 부기총 자체가 부산 기독교계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데, 부산 목회자들 중 당혹스러워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고요. 1,700여곳 중 279곳의 교회가 부기총 결정에 따라 지난 주일 대면 예배를 했다고 하는데 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렵죠. 일부 세력이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외부에 보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처럼 현장 예배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교회를 탄압한다는 오해가 겹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원칙적으로 대면 예배가 맞지만 항상 고집할 수만은 없죠. 지금 같은 경우는 비상상황, 더욱이 교회발 확산이라는 것이 자명한데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고요. 정부, 정책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겸허한 자세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일부는 교회 수익 구조나 중앙 통제가 없는 교단별 시스템에 주목하기도 하는데요.

"대면 예배 금지로 헌금이 줄기는 했을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20% 정도 감소했다는 교계의 통계도 있고요. 물론 교회 규모에 따라 많이 어려운 곳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 때문에 꼭 대면 예배를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아닐 거라고 봅니다. 목사 개인의 신념 등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교단마다 신조가 달라 마음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은 사실이고요. 그래도 계속 노력해가야죠."

-마지막으로 기독교계가 어떤 마음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김민기 선생님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한 연못에 붕어 두 마리가 살다가 서로 싸웁니다. 그러다 하나를 죽이는데, 이후 연못의 물이 썩기 시작해 결국 나머지도 살 수가 없게 되죠. 고난과 시련이 닥칠 때 분열하면 다 같이 망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경험해 본 적 없는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고 있고 함께 극복해야 하는 시점인데요.

예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죠.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깊이 새기면서 정치적 이념이나 논리에 매몰되거나 휘둘리지 않고,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함께 노력하면서 이 짐을 함께 지고 갔으면 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에는 많은 희망과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습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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