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가 '재난지원금 2차전' 대비용?

입력
2020.08.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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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선별지원 논리' 선제적 뒷받침 성격" 분석


최근 정치권에서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 보고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영일 KDI 선임연구위원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는 "긴급 재난지원금을 저소득 가구에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내용(본보 7월 17일자 17면)을 담고 있다.

당초 보고서가 나올 때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이미 끝난 시기라, "뒷북 분석"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재난지원금 논란이 다시 가열되자, 25일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내다 보고,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의 선별지원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리 보고서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KDI 보고서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까지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고서는 지난해 가계금융ㆍ복지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든 가구에 현금을 주는 경우와 △취약가구에 현금을 주고, 나머지에는 신용지원을 하는 경우로 나눠 정책 효과를 분석한 뒤, "현금 지원을 선별적으로 하면 전 가구 지원 때보다 정부 재정을 3분의 1만 쓰면서도 2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KDI의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재난지원금을 저소득 계층에 선별 지원하자"는 기획재정부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100%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며 "(전국민에 줬던) 1차 때와 같은 형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 후보도 "어려운 분들을 더 두껍게 돕는 차등지원이 맞다"고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은 국민 분열과 갈등을 초래한다"며 보편적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당대표 후보와 박주민 의원 등도 보편 지급론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여당 내부, 당정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KDI의 분석은 정부 논리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만 기재부는 KDI 보고서와 정부의 정책 결정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만 "저소득층에 지원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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