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현지시간) 세 아들 앞에서 미국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는 당시 다른 주민들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왔다. 경찰이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려던 무고한 시민에 확인 없이 잔혹한 총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24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날 사건 현장을 목격한 위스콘신주(州) 커노샤 주민들의 증언을 전했다. 한 주민은 블레이크가 마당에서 열린 3살 아들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두 여성 간 말싸움이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하자 한 여성이 그들을 블레이크 쪽으로 보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경찰은 별다른 질문 없이 블레이크를 붙잡고 테이저건을 쏴 그를 기절시키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이후 블레이크가 차량 앞으로 걸어가자 그에게 총을 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다른 목격자 증언 역시 비슷했다. 인근 주민 스텔라 런던은 당시 블레이크가 차량이 긁힌 것을 두고 싸우던 여성 2명을 말리려 했는데, 경찰은 블레이크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한 것 같다고 WP에 말했다. 다른 주민인 실라 윈터스도 "모든 일이 긁힌 차량에서 비롯됐다. 너무 슬프다"라고 했다. 언론 인터뷰에 응한 커노샤 주민들은 "블레이크는 예의 바르고 좋은 이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블레이크 측 변호인 벤 크럼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블레이크가 다른 주민들의 싸움을 말리려던 중 총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크럼프 변호사는 "블레이크는 주민 간 갈등 해소를 도와주려 했는데 경찰이 무기를 꺼내 그에게 테이저건을 쏘았다"면서 "그가 아이들이 괜찮은지 보려고 차량으로 갔을 때, 경찰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수 차례 총을 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레이크의 세 아들은 단 몇 피트 거리에서 경찰이 아버지를 쏘는 장면을 봤다"며 "경찰의 무책임하고, 무모하고, 잔혹한 행동이 옳은 일을 하려던 한 남성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고 비판했다.
사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며 미국 각지에서는 거센 항의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때처럼 경찰이 비무장 흑인에게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커노샤 경찰 노조는 "영상은 이 역동적 사건의 모든 세부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며 "모든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위스콘신주 법무부 형사수사과는 영상에 나오는 경찰 2명이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