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WTO 사무총장 특정국 대표 안해" 日 지지 호소

입력
2020.08.24 20:30
WTO 총장 출마 유 본부장, 교도통신 인터뷰
"공평ㆍ공정성 토대 회원국 이익 대변할 것"
수출규제 둘러싼 분쟁 의식한 日 정부는 견제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와 WTO 사무총장 선거는 별개 사안이라며 일본에 지지를 호소했다.

유 본부장은 24일 교도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와 WTO 사무총장 선거는 관계가 없다"며 "공평ㆍ공정성에 토대를 두고 회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자유무역과 다각적 체제의 필요성에 대해 같은 입장"이라며 "WTO 사무총장은 특정국을 대표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에 오를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싸고 WTO 분쟁해결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자국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일본 정부와 언론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WTO의 장래에 대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오랜 통상 경험으로 키운 전문성과 이해관계 조정 능력을 강조해 성심ㆍ성의를 다해 설득하고 지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일은 긴밀한 교류와 활발한 무역, 투자를 토대로 함께 성장한 동아시아 협력 파트너"라며 "한일관계에서 일부 부침이 있었으나 양국 사이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수출규제 등을 둘러싼 양국간 통상 갈등에 대해선 "분쟁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의견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이어 "WTO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분쟁해결 시스템은 마비 상태라서 복원이 필요하다"며 "WTO가 기능을 회복하면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난 25년간 WTO 사무차장으로 근무했던 20명 중 여성은 1명뿐이었다며 WTO와 세계무역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화되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WTO 사무총장 후보자들 가운데 나이지리아 또는 케냐 출신 후보자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기 WTO 사무총장 선거에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나이지리아 외무ㆍ재무장관을 지낸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과 케냐 문화장관을 지낸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 등 8명이 나섰다. 일본 측은 이 가운데 오콘조-이웰라와 모하메드가 각각 각료 경험과 풍부한 국제 실무경험이 있어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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