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대책에서는 지역ㆍ소득ㆍ계층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을 국가가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ㆍ올해 4월 부산 총선 선거대책회의) 이 대표가 제시한 방향에 따라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코로나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장했다. '보편 복지론'은 진보 진영의 기조이기도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치권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만지작거리는 요즘, 여권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소득ㆍ재산에 따른 선별 지급 방안을 핵심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 '아무리 국난이어도 곳간을 마냥 열 수는 없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24일 별도의 입장문을 내 “2차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별 지급은 재난지원금의 성격을 오해하고,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반하여 국민분열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즉각 반대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은 선별 지급으로 조금 더 쏠려 있다. 진성준 당 전략기획위원장도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중ㆍ하위 계층에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신동근 의원은 “하위 50%에게 두 배로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소비 진작과 불평등 완화'에 차등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신 의원 논리다.
여권의 선별 지급론에 힘을 싣는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채 등 재정 여력에 대한 우려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나라의 재정 여력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선별 지급을 제안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여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진성준 의원), “이번 만큼은 정말 필요한 분들로 대상을 한정 해야 한다고 본다”(양향자 의원) 등 재정 걱정이 이어졌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당ㆍ정ㆍ청은 '소득 하위 70% 지급'에 의견을 모았다가 전국민 지원으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이번주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중대 고비인 만큼, 민주당은 이번주를 보낸 뒤 재난지원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은 방역에 모든 걸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선별 지급이냐 보편 지급이냐를 놓고 개별 주장을 내놓는 의원들에게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핵심 관계자는 “3단계 거리두기 격상까지 가면 고용ㆍ실업ㆍ자영업자 폐업문제 등 복합적인 경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방역에 최선을 다한 다음에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결국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문제는 29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민주당 지도부가 결정하게 됐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보편 지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재정 우려에 대해서는 고소득자에 대한 사후 환수, 국가재난기금 법제화 등을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역시 당권 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2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면서도 지원 대상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