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포츠계 겹경사… 포포프, AIG 오픈서 감격의 잭팟

입력
2020.08.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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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선수론 사상 첫 여자골프  메이저 우승



독일 명문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24일(한국시간), 독일 스포츠계엔 뜻밖의 경사가 또 있었다. 세계랭킹 304위로 독일인들에게조차 생소한 무명 여자골퍼 소피아 포포프(28)가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총상금 450만달러) 깜짝 우승을 거머쥐었다. 불과 한 달 전에는 동료 선수 캐디를 맡을 정도로 선수로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으나, 독일 선수로는 처음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포포프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ㆍ6,64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 기록,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드도 없었던 그는 2위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를 2타 차로 제치며 67만5,000달러(약 8억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LPGA 투어 시드도 확보했다. 그는 “1주일 전만 해도 꿈도 꿀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졌다”며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벅찬 심경을 전했다.

전날 3라운드까지 공동 2위 그룹에 3타 앞서며 선두를 달렸던 포포프는 4라운드 첫 홀 보기로 불안한 출발을 보이는 듯했지만 2,3,6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안정을 되찾았다. 수완나뿌라가 4∼7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몰아쳐 1타 차로 추격했으나 포포프는 타수를 잃지 않고 계속 리드를 지켰다. 결국 수완나뿌라가 11, 13번 홀 보기에 발목이 잡혀 3타 차로 멀어졌고, 포포프는 15번과 1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에 성공했다.

포포프의 우승은 ‘무명 골퍼의 반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LPGA 투어 신인으로 데뷔했으나 투어 시드를 지키지 못했다. 2018년에는 조건부 출전권으로 LPGA 투어에 복귀했으나 역시 다음 시즌까지 시드를 유지하지 못하면서 굴곡을 겪었다. 이번 시즌도 그는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뛰고 있었고, 7월 말 LPGA 투어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는 친구인 아너 판 담(네덜란드)의 캐디로 나서기까지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 결원이 많아지면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리곤 당당히 대회에서 9위에 올라 AIG 출전 자격을 얻었고, 스코틀랜드에서 자신의 프로데뷔 첫 우승을 따내는 감격을 맛봤다. 우승 상금 67만5,000달러는 그가 LPGA 투어에서 그 동안 벌었던 상금 10만8,051달러의 6배 가까운 액수다.

병마와 싸움에서 이겨낸 뒤 얻은 성과라 더 값지다. 그는 “LPGA 투어에 처음 데뷔한 2015년에 몸무게가 11㎏ 이상 빠져서 병원을 스무 군데 정도 돌아다녔다”며 “3년이 지나서야 겨우 라임병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걸린 병으로 알려진 라임병은 진드기가 옮기는 '보렐리아균' 감염이 원인으로 감염 초기에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다가 악화하면 혈액을 타고 다른 부위에 퍼져 관절염, 심장질환, 신경계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심할 경우 뇌수막염, 척수염, 부정맥까지 우려되는 병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박인비(32ㆍKB금융그룹)가 1언더파 283타를 쳐 단독 4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남편 남기협 씨가 캐디를 맡은 박인비는 첫날 6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이후 2∼4라운드에서 무려 7타를 줄여 이번 대회 4명만 기록한 언더파 점수를 적어냈다. 전인지(26ㆍKB금융그룹)는 최종성적 2오버파로 공동 7위를 기록, 2주 연속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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