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완치자 네 명 중 한 명은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느 독감과는 달리 만성피로와 두통 등 다양한 증상들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지난 2~3월 확진 판정을 받았던 대구 신천지교회 신자 전수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후유증 통계나 관련 연구가 드문 상황이어서 백신ㆍ치료제 개발은 물론, 감염 환자 사후 관리 등 향후 코로나19 대응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대구의 신천지예수교회다대오지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자 4,198명 중 1,035명은 완치 판정을 받은 뒤에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후유증을 앓고 있는 완치자 가운데 302명(29.2%)은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증세가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0시 기준 전국의 확진자 수(1만7,665명)를 감안하면 이번 조사 표본(4,198명)의 규모는 전체 확진자의 23.7%에 해당하는 크기다. 이번 조사는 한국일보의 요청으로, 지난 20~23일 대구교회 산하 단위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는 “완치 신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의료인들의 자문 등을 통해 조사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여러 후유증을 동시에 앓고 있었다. ‘만성피로 및 피곤’ 증세를 호소한 사람이 322명(중복응답)으로 가장 많았고, 두통을 호소한 이들은 열명 중 한 명 꼴인 119명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가슴통증 80명, 근육통 77명, 인후통 27명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각종 통증을 호소한 경우도 303명에 달했다.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밖으로 말 못할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들도 상당했다. 평소와 달리 ‘기억력 저하’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203명이나 됐고,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담배나 피냄새 등만 과도하게 느끼는 ‘후각 장애’도 126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 장애 후유증을 앓고 있는 대구 지역의 한 의사는 “완치 판정 때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파괴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말했다. 미각을 상실 했다고 답한 이들도 98명이나 됐다.
이와 함께 116명의 ‘완치자’들은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70명은 이런 저런 이유로 심리적 압박,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또 67명은 탈모 증상이 있다고 답했다. 탈모 증상과 스트레스에 중복 응답한 완치자는 드물어 상관 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완치자들은 또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는 없던 가래(65명), 우울증(64), 식욕 저하(61), 기침(59), 호흡 곤란(54), 비염(41), 체력 저하(38), 설사(37), 무기력증(33) 등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에서도 간간이 보고되고 있는 증상들이다. 이 외에도 완치자들은 간 질환(29), 면역력 저하(28), 폐질환(20), 피부변색(8), 이명(3), 가려움(10), 몸살(6), 생리불순(2), 갑상선(3), 당뇨(4), 심장질환(7), 어지럼증(10), 대상포진(2), 시력저하(16), 백혈구 수치감소(1), 식도염(7), 목소리 이상(4), 방광염(3), 체중 이상(6), 소화불량(15), 부종(6), 장염(4), 입과 눈 떨림(2) 등의 후유증을 호소했다.
문제는 이처럼 발현한 증상들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답한 1,035명의 완치자 중 약 30%(302명)는 병원의 도움을 받았거나 그 도움으로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을 찾았다는 것은 이 후유증들이 일상 생활에 불편을 초래했다는 의미다. 집에서 치료하고 있는 경우도 657명이나 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몸에 이상 증세는 있지만, 병명을 찾지 못하고 있거나, 증세가 가라앉은 신자는 67명으로 집계됐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국내서 완치자들의 후유증에 대한 조사가 이렇게 대규모로 이뤄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신천지 신자들의 통계는 의미 있다"며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학술적이고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