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 코로나 감염 싱가포르, 하늘길 여는 까닭

입력
2020.08.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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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ㆍ브루나이 자가격리 면제 등 
경제 살리기와 방역 사이에서 균형잡기


싱가포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틀어막았던 하늘길을 조금씩 열고 있다. 방역 관리에 성공했다는 자신감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어우러진 것으로 보인다.

23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브루나이와 뉴질랜드에서 들어오는 일반 여행객을 받아들이면서 자가격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물론 이들은 싱가포르 입국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브루나이와 뉴질랜드는 최근까지 코로나19 관리가 잘 된 나라로 평가 받는다. 양국 모두 싱가포르처럼 소국(小國)으로 관계가 좋은 점도 이유로 꼽힌다. 다만 브루나이는 석 달 넘게 추가 환자가 없다가 최근 두 명이 발생했고, 뉴질랜드는 6월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 환자가 다시 늘고 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자 3월 23일부터 모든 해외 단기 방문자의 입국은 물론 경유조차 막았다. 6월 들어서야 일부 국가에 한해 경유만 허용하고 있다. 이어 일부 국가 방문객의 자가격리 기간 단축 등 국경 개방 조치를 조심스럽게 추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3.2% 급감했다. 항공기 1,000여편이 매일 오가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점 휴업 상태인 창이국제공항 등 항공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웅예쿵 교통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소규모 개방경제로 생존하기 위해선 항공 허브가 돼야 한다"면서 "일련의 조치가 항공을 살리기 위한 조심스럽고 조그마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 다다랐다는 판단도 한 몫 했다. 인도네시아 등 주변 인구대국을 제치고 4월 20일부터 6월 18일까지 동남아시아 최다 감염국가였던 싱가포르는 최근 진정되는 분위기다. 폭증의 원인이던 외국인노동자 기숙사에 코로나19가 더는 없다는 '코로나 제로(0) 선언'을 19일 정부가 발표했을 정도다. 건설현장 업무 재개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내 감염자는 총 인구의 1% 가량인 5만6,000여명이지만, 이 중 94% 이상이 외국인노동자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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