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36)가 1982년 창설된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마지막 4개 홀을 남긴 시점까지 선두에 3타나 뒤처져 있던 그는 매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만들어냈다.
이태희는 23일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파70ㆍ7,001야드)에서 열린 제39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0억원) 최종일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4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199타로 공동 2위 선수들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품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태희는 GS칼텍스 매경오픈 역사상 최초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가 됐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선 통산 4번째 우승이다.
1라운드를 3위, 2라운드를 2위로 마친 이태희는 이날 초반부터 기복이 큰 플레이로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14번홀까지 버디 5개를 기록하고도 보기를 4개나 범해 선두 조민규(32)에 3타를 뒤져 있었던 이태희는 나머지 4개홀에서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칩인 버디를 기록한 15번홀이 승부처였다. 그는 16번홀에선 약 3.5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해 조민규를 1타 차로 압박했다.
이번 대회 최대 난코스로 꼽힌 17, 18번홀에서 우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경쟁이 펼쳐졌다. 16번홀까지 보기를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던 조민규가 17, 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했고, 같은 홀에서 이태희는 모두 파를 기록하면서 우승 트로피는 결국 이태희 품에 안겼다.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에서는 2승이 있지만 국내에서 아직 우승이 없는 조민규로서는 이날 17번홀 두 번째 샷이 그린 주위 벙커 앞 러프에 빠진 게 아쉬웠다. 이후 약 2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이태희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고, 나란히 11언더파에서 맞이한 18번홀에서 조민규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기며 불리해졌다.
결국 조민규가 파 세이브에 실패한 뒤, 이태희가 약 1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하며 승부는 끝이 났다. 1, 2라운드 선두였던 강경남(37)은 2타를 잃고 최종합계 7언더파 203타를 기록, 김비오(30) 등과 함께 공동 4위로 밀렸다.
우승 확정 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한 이태희는 방송인터뷰에서 “사실 우승하게 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들쑥날쑥 한 경기력 탓에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17, 18번홀이 어려워 끝까지 집중하면 (결과가)어떻게 될 지 모를 거라 생각했다”며 “내게 뒷심도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 할 수 있어서 그게 더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