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에 강제매각 직면한 틱톡, 트럼프 정부에 소송 건다

입력
2020.08.23 16:54

중국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TikTok)'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미국 정부에 맞서 틱톡이 소송 카드를 꺼내들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접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 트위터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틱톡 인수전에 소송이 영향을 끼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틱톡은 이르면 다음주 초 미국 법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내놓은 행정명령이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자사 이용자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틱톡 측은 "거의 1년간 우리는 건설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선의로 (대화에) 참여해왔다"면서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사실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사기업 간의 협상에 관여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6일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위챗(메신저 앱) 모회사 텐센트 등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특히 바이트댄스에 대해선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에 90일 내 매각하도록 했다. 중국산 앱을 통해 중국 정부가 미국 사용자 데이터에 마음껏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틱톡 측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맞서왔지만, 미국 내 사용자 수만 1억6,000만명이 넘고 전체 매출의 2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일부 사업 매각 협상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틱톡 인수를 위해 협상 중인 기업은 MS와 오라클, 트위터 등이다. 기존에는 MS가 인수 주체로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클은 훌륭한 회사"라며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기류가 변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 있는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달리 래리 엘리 오라클 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틱톡의 소송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90일'로 정해진 매각 시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인수 협상 참여 기업이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틱톡과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위챗 사용자들도 미국 정부를 향한 집단 소송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기반이 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법 적용의 평등 등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한다는 이유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해당 행정명령은 내달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곽주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