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 중에 일부는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지숙(45ㆍ가명)씨도 그런 경우다. 대구에서 개인 의원을 운영 중인 김씨는 지난 3월 중순 확진 판정을 받았고, 2주 뒤인 3월 말 완치돼 퇴소했다. 그로부터 다섯 달이 다 됐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할퀴고 간 몸속 상처는 그대로다.
김씨는 5개월째 ‘피 냄새’를 맡으며 살고 있다. 진료 때 가끔 맡던 냄새지만, 집에 있을 때도, 퇴근길에도, 쉬는날 약간의 운동만 해도 그는 피 냄새를 맡는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증상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변 친한 의사들한테 물어봐도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후각 없는 의사’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한 김씨의 요청으로 인터뷰는 사진 촬영 없이 23일 대구 모처에서 진행됐다.
각종 냄새를 제대로 맡을 수 없는 김씨는 이 때문에 각종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 계속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그는 “코피가 나는 것도 아닌데 조금만 피로해도 코끝에서 피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그 냄새는 동료들과 가볍게 술을 한 잔 하는 상황에서도 난다. “컨디션이 하루 중 최상일 때는 못 느끼지만, 조금만 나빠져도 후각에 이상이 온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일격 당한 그의 몸은 체력저하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확진 판정 2주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건강한 신체의 주인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기고 간 상처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것이다. 김씨는 “대부분의 확진자들이 감금되다시피 한 조건에서 치료를 받은 탓에 체력저하 무기력증은 흔히 거론되는 증상”이라며 “나의 문제는 회복 속도가 굉장히 더딘 데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신경과 장기계통의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짐작될 뿐, 그 이유는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은 코 끝에서 계속 피 ‘냄새’가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긴 후각 이상이 ‘죽을병’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피 냄새가 난다고 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항상 찜찜한 느낌이고, 체력 저하가 일상생활과 업무에서 의욕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걸려도 죽지 않는다’며 이번 사태를 독감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경향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올해 초 대구에서 확산한 바이러스는 중국 우한형이고 지금 수도권에서 번지는 것은 변종인 유럽형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바이러스다. ‘완치자는 면역이 생겨 재발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많은 사람이 재감염 걱정에 후유증까지 앓고 있는 만큼 절대로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에 그가 얼굴에서 마스크를 떼지 않고 지내는 이유다.
김씨는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 안 여러 기관을 공격했고, 한번 고장 난 곳이 제 기능을 못 할 수도 있다”며 “확산 방지 노력과 함께 감염 후유증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